온라인 대학 강의는 최근 10년 동안 미국의 주요 고등교육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 온라인 강의가 최근 몇 년 사이 또 한 번 진화했다. '무크(MOOCㆍ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요즘 미국 고등 교육계를 강타하고 있는 새 바람이다.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라는 뜻의 무크는 대학 강의의 대상과 장소 같은 기본 개념을 바꾸고 있다.
최대 장점은 양질의 강의를 무료로,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 강의 등록 절차도 간단하다. 웹사이트를 찾아 회원 가입만 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강의를 선택할 수 있다. 강의에서 요구하는 모든 과제물과 시험까지 다 통과하면 수료증도 나온다.
작년부터 활발해진 무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만큼 변화 속도가 빠르고 발전 가능성도 크다. 초창기 과학·기술 분야로 한정됐던 개설 강좌의 분야는 이제 인문학·사회과학은 물론 예술 분야로까지 다양해졌다.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각) 미국의 무크 문화를 주도하는 주요 플랫폼 세 곳을 소개했다.
◆ 에드엑스(edX)
2012년 5월 출범한 에드엑스는 하버드대학교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 함께 만든 비영리 합작 법인이다. 물리학과 컴퓨터공학, 엔지니어링, 문학, 법학, 철학, 약학과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가 개설돼 있다.
현재 이 웹사이트에 강의를 제공하는 대학은 29개다. 하버드와 MIT는 물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텍사스 주립대학, 조지타운대학, 코넬대학, 버클리 음악대학, 토론토 대학, 교토 대학 등 유명 대학이 포진해 있다.
강의마다 수강 기간은 다르다. 보통 주 단위로 강의가 진행되는데, 매주 수업 교재가 강의와 함께 업데이트된다. 강의는 동영상으로 진행되며, 쌍방향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각종 문제 풀이와 퀴즈, 실험과 모의실험이 늘어나는 추세다.
학업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MIT에서 개설한 '세계 건축의 역사(a global history of architecture)'의 경우, 적어도 1주일에 5시간의 강의를 들어야 한다. 하버드에서 개설한 '컴퓨터 공학 개론(Introduction to computer science)'은 수강 기간에 8개의 문제 풀이 과제를 낸다. 각 문제를 풀어내는 데에 15~20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과제들이다. 여기에 두 번의 퀴즈와 최종 프로젝트에도 참여해야 한다.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강의를 청강만 해도 된다. 시험이나 과제를 모두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 대신 청강생에겐 수료증이 나오지 않는다.
◆ 코세라(Coursera)
2012년 4월 출범한 코세라는 국내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온라인 강의 웹사이트다. 스탠퍼드 대학의 컴퓨터 공학 교수 두 명이 의기투합해 창립한 코세라는 벤처 회사로 출발했다. 원년 멤버는 스탠퍼드,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미시간 주립대학교였다. 17개월이 지난 지금, 코세라와 제휴를 맺은 대학은 84개 대학으로 불어났다. 예일, 듀크, 위스콘신, 시카고 대학부터 영국 에든버러 대학, 프랑스의 에콜 폴리테크니크까지 유수 명문대학이 강의를 제공한다.
참여 대학이 많은 만큼 개설 강좌 수가 많다. 현재 개설된 강좌가 400여개에 이른다. 각종 인문·사회과학과 기술 분야부터 경제학은 물론 대중음악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에드엑스와 마찬가지로 강의는 모두 공짜다. 공식적으로 '청강' 개념은 없지만, 강의를 수강하면서 필수 과제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대신 이 경우엔 수료증을 받을 수 없다.
코세라 역시 쌍방향 소통을 강조한다. 온라인을 통한 소통은 물론 전 세계 각국 도시에서 같은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끼리 소그룹을 조직하기도 한다. 온라인 토론 그룹도 활발하다. 이달 들어 70개 강좌가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마다 길이는 다르다. 4주나 5주짜리 강의도 있지만, 12~15주짜리 강의도 있다.
◆ 유다시티(Udacity)
유다시티는 2012년 1월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를 포함한 몇 명이 의기투합해 시작됐다. 유다시티의 강의는 다루는 주제가 한정된 편이다. 과학과 수학, 컴퓨터 공학 강의가 발달했다. 최근 들어 심리학, 디자인 등 다른 분야가 추가되긴 했지만, 수강 가능한 강좌는 30여개 수준이다.
하지만 유다시티만의 장점도 있다. 각 강의가 특정한 개강일이나 종강일이 없다. 매주 정해진 스케줄을 따라가야 할 필요도 없다. 언제든지 수강자가 원하는 강의를 골라 듣고, 자신의 페이스에 따라 공부하면 된다. 모든 일정을 수강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온라인 강의 문화가 확산하며 다른 웹사이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유데미(Udemy)는 엑셀 다루기부터 아이폰 카메라 다루는 법까지 다양한 생활 속 기술 강의를 개설했다. 다만 대부분의 강의는 유료고, 대학교수가 진행하는 강의는 거의 없다.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는 4000개 이상의 짧은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다.
◆ 수강 등록자는 많지만 ‘수료자’는 적어
이런 강의 형태의 단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강의 등록자의 90%는 강의를 수료하지 못한 채 도중에 탈락한다는 것. 하지만 무크 옹호론자는 그래도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스탠퍼드 대학 온라인 부문 부학장인 존 C 미첼은 NYT에 “설문 조사를 보면 무크 참여자 25%가 강의를 끝까지 마치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공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여러 강의를 시험 삼아 들어보고, 그 가운데 하나만 완전히 끝내도 충분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듀크 대학교 영어학과 교수인 캐시 N 데이비슨은 “끌리는 강의에 등록하고 지루해지면 그만두면 된다”고 했다.
코세라에서 유럽 지식 역사 강의를 진행하는 마이클 S 로스 웨슬리언 대학교 총장 역시 “수강을 마치지 못했다고 해서 느끼는 죄의식은 극복해야 한다”며 “배움의 길엔 옳고 그름이 없으며, (무크는) 평생 배움을 위한 훌륭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