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셔널' 손흥민(21)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국내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고 이적료인 1000만유로(약 145억원)에 함부르크에서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옮긴 그는 지난달 3일(이하 현지 시각) 독일의 FA컵인 DFB(독일축구협회) 포칼 64강전 리프슈타트전에서 골을 터뜨린 데 이어 10일 분데스리가 개막전 프라이부르크전에서도 득점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독일 현지 언론은 2012~ 2013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 슈테판 키슬링(29·독일)과 스피드가 뛰어난 시드니 샘(25·독일), 손흥민으로 이뤄진 레버쿠젠의 공격 삼각 편대를 집중 조명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2~5라운드에 빠짐없이 출전했지만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그는 함부르크에서 뛰었던 지난 시즌엔 분데스리가 4라운드를 치른 상황에서 이미 3골을 기록 중이었다. 손흥민의 골 침묵은 레버쿠젠에서 함께 공격진을 이루는 키슬링(5골·리그 득점 공동 1위), 샘(4골·공동 6위)의 활약과 대비됐다.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24일(현지 시각) 독일 빌레펠트에서 열린 DFB 포칼 32강전에서 빌레펠트의 마르셀 아피아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지난 21일 마인츠와 치른 분데스리가 6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으로 A매치 두 경기를 치르고 독일로 가서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에게 휴식을 주는 차원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손흥민 대신 출전한 로비 크루스(25·호주)가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4대1 대승을 이끌었다. 독일 빌트지는 크루스를 주간 베스트11에 올려놓았다. 자연히 '손흥민 위기론'이 대두됐다.

24일 독일 빌레펠트의 쉬코 아레나에서 열린 DFB 포칼 32강전 아르마니아 빌레펠트(2부 리그)전은 손흥민에겐 중요한 경기였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선 결정력을 보여줘야만 했다. 분데스리가와 DFB 포칼,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사미 히피아 레버쿠젠 감독은 이날 경기엔 손흥민과 크루스를 동시에 선발로 내보냈다. 측면 공격 자원인 손흥민과 샘, 크루스를 번갈아 기용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였다.

손흥민은 이날 꼭 필요한 골을 터뜨렸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17분 라르스 벤더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간결한 슛 동작이 돋보였다. 독일 무대에서 45일 만에 골을 신고한 손흥민의 컵대회 2호 골이자 시즌 3호 골이었다.

반면 크루스는 별다른 활약 없이 후반 29분 샘과 교체됐다. 레버쿠젠은 샘의 추가 골로 2대0으로 승리하며 16강에 올랐다.

독일 언론은 호평을 쏟아냈다. 독일 키커지는 "손흥민의 침착함이 레버쿠젠의 승리를 가져왔다"고 했다. 빌트는 "삼손(Samson·샘과 손흥민)이 또 한 번 승리를 이끌었다"며 "손흥민의 골이 원정 응원을 온 1000명의 레버쿠젠 팬을 구해냈다"고 보도했다. 골닷컴 독일판에선 손흥민이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손흥민의 발끝이 날카로워지면 내달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브라질전 전망도 밝아진다.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브라질과 치를 경기는 아무래도 수세에 몰리다 역습을 시도하는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결정적인 '한 방'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레버쿠젠은 28일 홈구장인 바이 아레나에서 하노버와 분데스리가 7라운드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