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손 회군' 野, '국회선진화법' 업고 朴 '예산안 전면 칼질' 예고
- "국감, 이명박 정부 이슈…내년도 예산안 검증이 박 정부에게 아픈 부분"

민주당이 예산 전면전을 선포했다. '국정원 개혁'이라는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사실상 '빈손'으로 국회로 입성한 민주당이 하반기 투쟁전략 목표로 박근혜 정부의 예산안 등 '민생 실정'을 설정하고 여기서 여론의 지지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내년 예산안과 핵심 공약을 위한 법안 처리에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예산안 전면 칼질' 등을 통해 원내투쟁의 강도를 높여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간 극심한 대립이 예고되고 있다. 벌써부터 국회의 예산안 논의가 올해를 넘겨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5일 기초연금 축소 논란 등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후퇴 조짐에 대해 "스스로 약속한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도록 민주당이 그냥 놔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국순회투쟁 이틀째를 맞은 김 대표는 "최근 (박근혜 정부의)대선 공약 뒤집기가 계속되며 어린이집에서 노인정까지 온국민이 배신감에 빠져 있다"며 "왜 유독 박근혜 정부가 재정을 핑계로 자신이 했던 모든 복지공약을 백지화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초연금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 발표를 앞두고 박 대통령의 공약 후퇴 논란을 쟁점화하려는 발언이다.

민주당은 특히 내년 예산안을 고리로 대여(對與)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전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2월 예산법안을 두고 여권과 마지막 싸움을 벌일 때 민주당 의원 127명 전원이 단식을 하든, 의원직 사퇴를 걸든, 모든 것을 내놓고 올인할 것이다. 그러면 결국 돈(예산)이 필요한 박 대통령이 접고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민 본부장은 "결정적인 약점은 우리가 아니라 저쪽이 가지고 있다. 이 싸움은 12월 말까지 간다. 박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위해)돈이 필요한 시점은 12월 말이다. 돈이 필요한 것은 저쪽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여당이 욕 한 번 먹더라도 날치기해서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이 패턴이 사라졌다. 결국 저쪽은 준예산을 편성할 거다. 최경환 (새누리당)원내대표는 항복하고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 선진화법'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도 재차 확인했다.

민주당은 또 예산투쟁 과정에서 입법활동을 통해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줄줄이 후퇴한 민생 공약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동시에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하며 대안을 내놓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24시간 국회 비상체제'를 선언한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누가 민생을 살피는지, 진짜 민생정책이 뭔지 정정당당하게 보여주겠다"며 "재원 부족 문제는 변명이 될 수 없다. 부자감세 철회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원내대표는 특히 "내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변명하는 것은 오산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공약 먹튀 대국민 사기극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박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기초연금 공약 후퇴와 관련해 "장관의 사과나 박 대통령의 사과로 기초연금 도입을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며 "방법은 있다.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연간 18조원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초노령연금 재원 10조원을 충당하고 나머지는 4대 중증질환 치료비 지원을 위한 예산 7조원으로 쓰면 된다"고 말했다. '부자감세'만 철회한다면 연간 18조원의 세수를 확보해 기초연금 및 4대 중증질환 국고지원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지도부의 발언들은 국정감사와 결산심사만으로는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대정부 투쟁의 핵심 고리로 삼자는 전략으로 보인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4대강 등 올 국감 이슈는 전반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문제이며 현 정부의 문제는 많지 않아 새누리당으로서도 국감이 별로 두렵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면서 "내년도 예산안을 조목조목 따지는 것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더 아파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원내 강경투쟁 방침을 비판하며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초연금 논란에 대해 "기초연금 공약은 취소되지도 않았고 무효화되지도 않았다"며 "국가재정 여건을 감안해 지속 가능하게 조정됐을 뿐"이라며 야당의 '공약파기' 주장을 일축했다. 특히 윤 수석부대표는 "헌법상 다수결 원칙에 반하는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국회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준비 중"이라며 국회선진화법을 손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남경필 의원 역시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 여당의 발목을 잡고 투쟁 도구화하는 얕은 술수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국회 정상화 이후 법을 악용하는 것은 현 야당 지도부의 정치철학 부재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러한 시도를 즉시 중단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