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고고학을 하려면 먼저 수중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23일 오전 11시 부산 남구 대연동 부경대 안 사회과학대 3층 멀티미디어 강의실. 국내 '수중고고학' 1호 박사인 김도현(61)씨가 '열강' 중이었다. 과목은 '한국 수중고고학'. 강의는 빔프로젝터로 잠수 장면, 해저 유물 발굴 현장, 지도 등을 보여 주면서 생생하게 진행됐다.
'수중고고학'은 바다·강·호수 등 물 밑에 가라앉은 유적이나 유물을 조사·연구하는 학문. 충무공 이순신 해전 유물·신안 해저 유물, 중국 광둥성 앞바다 남해1호, 멕시코 세노테 등의 수중 유물 발굴이 유명하다. 수압이 높고 빛이 없는 물 밑의 유적·유물 발굴이라 지층탐사기·음향측심기·자력탐사시스템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공학·화학·물리학·인문학 등 다양한 학제의 융합이 필요한 분야다.
김 대표는 1976년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한 뒤 줄곧 수중·잠수 등을 키워드로 삶을 살았다. 20~30대엔 해군·현대건설·현대중공업 등지에서 해난구조, 해양공사, 침몰·좌초선 인양, 구난함 건조 등 수중 작업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다.
40대 초반인 1994년 한국해양기술을 창립해 독립했다. 이후 해저케이블 설치 등 국내 해양·수중 분야 엔지니어링과 수중공사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독일, 노르웨이, 캐나다, 스웨덴 등지에서 잠수·해저탐사장비·무인잠수정 조종사 등 현장 교육을 받은 데 이어 한국해양대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사과정(2006)에서 '이론적 내공'을 쌓은 자타 공인 수중 탐사 전문가. 2004년엔 정부가 인증하는 해양 분야 잠수 명장으로 선정됐다.
지난달 부경대에서 '한국 수중고고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수중고고학 분야 국내 첫 박사 학위를 받은 뒤부터는 강단에 서고 있다. 부경대 측은 "1973년 충무공 해전 유물 탐사를 필두로 본격화된 국내 수중 고고학을 처음 학문적으로 체계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영국·이탈리아·노르웨이 등 선진국이 시공한 제주~전남 해남 고압 송전선 해저케이블 설치 공사를 감리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후발국인 한국이 선진국들의 기술을 감리했다는 사실 자체가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잠수 인생'의 출발은 단순했다. 그는 "고향이 부산이기도 했지만, 초등학교 때 '해저 2만리'란 영화를 보고 나서 '저거다'란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들 의대 갈 때 '해양학과'를 갔다. 1학년 때부터 대한수중협회에 들어 잠수를 익혔다. 김 대표는 "바다로 들어간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라면서 "대학 때 경남 거제의 홍도에서 스킨스쿠버를 했는데 맑은 물, 일렁이는 해초, 알록달록한 물고기 등이 내 영혼을 사로잡아 버렸다"고 했다.
20대 이후 그의 인생은 '잠수'란 실에 꿰였다. 김 대표는 "이번 학기 강의를 통해 수중 탐사 조사 발굴 기법을 다양하게 소개하면서 수중고고학의 발전 방안도 모색해볼 생각"이라며 "그동안 쌓은 현장 경험으로 국내 수중고고학 발전에 작은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