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은 24일 숨겨둔 아들 논란과 관련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채 총장은 소장(訴狀)에서 "(부적절한 관계로 보도된) 임씨와 혼외 관계를 유지한 사실이 없고 그와의 사이에 아들을 얻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채 총장은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채 총장은 임씨와의 관계가 "업소 주인과 손님 간의 통상적 관계일 뿐"이라고 하면서 그 근거로 이 업소에 자기와 함께 다녔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후배 검사들과 수사관들의 증언을 내세웠다. 채 총장은 아이 학적부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적혀 있다고 하더라도 임씨가 편지에서 "채 총장 이름을 함부로 빌려 썼다"고 그 경위를 설명한 만큼 자신이 혼외 아들을 두고 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했다. 채 총장은 자기와 어울려 임씨 업소를 출입한 검사·수사관들의 증언과 임씨 편지를 자기의 결백(潔白)을 주장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 보도대로 임씨 아이 친구들이 '그 아이가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됐다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이 아이가 나의 아이라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채 총장은 "왜냐하면 임씨가 내 이름을 무단(無斷)으로 사용했으므로 그 아이 입장에서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되었다고 오해하고 그런 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채 총장은 자기 이름을 멋대로 갖다 쓴 임씨에 대해선 명예훼손 소송을 비롯한 어떤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채 총장은 "정정보도 소송 과정에서 임씨 모자(母子)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신청할 계획"이라면서도 "현재까지 임씨 모자의 인적 사항과 주소를 파악하지 못해 앞으로 이 부분이 확인되는 대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임씨의 집 주소와 주민번호는 이미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 나와 있고, 임씨의 전화번호도 웬만한 취재 기자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 사건이 공론화(公論化)된 지 18일이 흐르는 동안 보통 사람이라도 전화 한 통으로 알아낼 수 있는 인적 사항과 주소를 현직 검찰총장이 아직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채 총장은 이날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하며'라는 제목으로 낸 언론 발표문에서는 "조선일보사에서 지목한 해당 아동 측에 빠른 시일 내에 유전자 검사에 응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아이 엄마인 임씨에게 유전자 검사 여부의 결정을 떠넘기는 듯한 말이다. 임씨와 아이의 유전자를 검사하려면 임씨가 동의해야 한다. 임씨가 거부하면 법원도 강제로 실시하지 못한다. 채 총장이 정말로 유전자 검사를 해서 친자 여부를 분명히 하고 싶다면 굳이 임씨를 설득할 필요도 없이 명예훼손 혐의로 임씨를 고소하면 수사 과정에서 진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돼 있다. 채 총장이 이런 간단한 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채 총장은 발표문에서 "어차피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하다"며 사인(私人)으로 돌아가 사태를 수습하고 싶다고 했다. 법무부가 공직자의 윤리 문제를 놓고 진상 조사를 시작한 것에 대해 응하지 않을 뜻을 다시 밝힌 것이다. 이것이 과연 평생 법을 집행해온 최고 사정 기관의 최고 사령탑(司令塔)으로서 마땅한 태도인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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