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을 통과해 내년 3월부터 쓰이게 될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이 사실 왜곡·오류, 베끼기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편향 논란을 빚었던 기존 역사 교과서들은 대한민국의 성립·발전 과정을 헐뜯고 북한 정권을 우호적으로 기술하는 잘못된 사관(史觀)을 여전히 고치지 않고 있다. 이 교과서들의 필자들과 좌파 성향 언론·학계, 전교조는 우파의 교학사 교과서가 올해 처음 검정을 통과하자 대대적으로 들고일어나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들을 부각시켰다.

'비상교육'과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붉은 군대는 조선 인민이 자유롭게 창조적 노력에 착수할 만한 모든 조건을 지어주었다"는 해방 직후 소련군 사령관의 포고문과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 영토와 조선 인민에 대한 통치의 전 권한은 당분간 본관(本官)이 시행한다"는 미군 사령관 포고령을 나란히 실었다. 이런 편집은 소련군은 자애롭고 인민 친화적인 해방군, 미군은 권위적으로 군림하는 점령군이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으려는 뜻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좌편향 역사 교과서들에선 대한민국이 전쟁과 분단의 어려움 속에서 이룩한 성취의 역사를 찾기 힘들다. '천재교육' 교과서는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과 관련, "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생겨났다"며 경제적 성취를 인정하는 사람이 소수인 것처럼 묘사했다. 이승만·박정희 시대 기술에서는 '탄압' '협박' '공포' '저항'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독재'를 강조하려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1인 체제' '독점 권력 체제' '수령 유일 체제' 같은 말을 쓰며 '독재'라는 단어를 피하려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좌파 학자들과 언론, 전교조가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검정 철회·불매운동을 들고나온 것은 자기들이 장악하고 있는 현대사 교육에 우파 교과서가 들어오는 걸 똘똘 뭉쳐 막겠다는 뜻이다. 그런 가운데 교학사 교과서를 뺀 나머지 교과서 필자들은 교육부 장관의 수정 권고를 거부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대한민국의 상(像)을 심어주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 한번 잘못된 역사관이 주입되면 나중엔 고치려 해도 고칠 수가 없다. 자신의 역사를 부정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인간 틀이 형성되면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두고두고 독소(毒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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