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자살 위험이 2배, 치매 위험 2배, 복부 비만 위험은 4.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신철 교수팀은 우울증이 없는 1282명을 6년간 추적 조사했다. 이 가운데 불면증이 전혀 없었던 그룹(586명)에서는 6년 후 5.3%(31명)만 우울증이 생긴 반면, 2회 이상 불면증이 있었던 그룹(273명)에서는 18.7%(51명)에게서 우울증이 발생했다. 연구 결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불면증인데, 나이·성별·개인적 건강 상태 등 복합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불면증 그룹에서 우울증이 2.5배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면증 그룹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15%)이 불면증 없는 그룹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자는 동안 시간당 5회 이상 호흡이 끊기는 '수면 무호흡'이 있는 경우, 수면 무호흡 없이 잘 자는 사람에 비해 대뇌백질 손상이 2배 이상 많았다. 신 교수팀이 성인 남녀 503명(평균 59세)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대뇌백질을 비교해 본 결과다. 대뇌백질은 우리 뇌에서 신경섬유와 혈관이 집중 분포하는 부분으로, 의사 결정이나 판단에 관여한다. 나이가 들수록 이 대뇌백질이 변질·손상되는데, 대뇌백질 손상이 클수록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신 교수는 "만성적 수면 무호흡 때문에 뇌에 산소가 부족하게 되고, 이 때문에 수면 무호흡이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연령대에 비해 대뇌백질 손상이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

수면 무호흡이 있는 데다, 수면 시간도 5시간 미만으로 짧으면 복부 비만이 4.4배나 더 많다는 결과도 나왔다. 잠이 부족하면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비만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 '그렐린'은 많이 나오는 반면, 포만감을 느껴 식욕을 떨어뜨리는 호르몬 '렙틴'은 덜 나와 많이 먹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수면 무호흡까지 겹치면 산소 공급 부족으로 우리 몸은 에너지를 제대로 소모하지 못하게 된다.

신 교수팀은 이처럼 수면과 우울증·자살·치매·비만의 상관관계를 밝힌 논문 세 편을 잇따라 발표했다. 세 논문은 모두 국제 학술지 '슬립(Sleep)'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