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은 우리에게 중요한 맹방 국가들을 방문하는 일에도 일정이 바빴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한·미 간의 관계를 더한층 긴밀하게 만들어 놓았고, 양국 간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을 수월하게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을 형성했다. 미국민에게 한국 대통령의 격조 높은 이미지도 인상 깊게 남겨 놓았고, 미국도 북핵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통령을 각별하게 맞이했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 보면 초기 대미 관계 형성은 성공적이다.
미국에 이어 우리의 중요한 이웃인 중국을 방문한 성과는 가히 기대를 훨씬 초과한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오랜 신뢰는 외교적 자산이었고, 박 대통령이 보여준 언행의 품격은 역대 한국 대통령들과는 차이가 나는, 동양적 격조가 높은 것이었다. 우리는 중국이 가까이 있고 국민 간에 내왕이 많아 서로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많은 중국인은 초기에 중국을 드나들던 한국 장사꾼들과 중국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한 사업가들과 무례한 골프여행객들을 기억하고 있기에, 한국인이라고 하면 돈이 좀 있다고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번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중국민에게 한국인에 대한 이런 오해를 말끔히 씻을 정도로 인상 깊은 모습을 남겼다. 중국 방문 역시 매우 성공적이었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공식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민간 교류가 더 중요하다. 국민 간에 오랜 기간 동안 쌓인 신뢰와 교류가 있어야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의 이런 성공적 방문이 있으면 그다음에는 이를 바탕으로 양국 간에 더욱 발전한 외교와 민간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작업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를 보면, 그저 대통령의 미국과 중국 방문을 구경만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각 부처는 후속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대통령의 개인기 정도로 바라보는 '관객'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훨씬 넘었다. 대통령은 국내 국정 운영에선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과감하게 모색하라고 지시를 되풀이하고 있고, 그간 국가 발전을 가로 막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국민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 보기에 공무원들의 행동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대통령이 지치기만 기다린다는 인상 이외에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세세히 불러주기 전에 '이것이 새 정부의 정책이구나' 하고 속 시원한 방책을 먼저 내놓은 부처는 없다.
복지정책의 경우도 그간의 복지 전달 체계가 갖고 있던 문제점을 찾아내 부처마다 난립한 복지업무를 효율적으로 재정비하는 개혁을 해야 함에도, 복지정책에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는 말만 하면서 검증 안 된 '증세 타령'에 골목상권까지 세무조사를 벌여 국민의 공분만 자아내고 있다. 먼저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지점을 모두 점검해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는 제도를 국가 개혁적 차원에서 구축하고, 공약으로 내건 복지정책이라도 적합 여부를 재점검해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손질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일이다. 지금 행정부처의 태도는 '우리는 세금만 왕창 때려 거두면 되고, 나머지는 대통령이 책임질 일이다. 억울하면 대통령에게 말해라. 우리가 뭐 잘못했나' 하는 식이다. 국민의 고통과 분노는 안중에도 없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에서 해야 할 중요한 국정과제가 '법의 지배'를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해 지속 가능한 국가를 만드는 일이다. 이는 국가 작용에서 예측 가능성을 확립해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는 기틀을 만들고, 사회 전반에 공정한 룰이 작동할 수 있는 법제도로 이를 정하는 것이다. 한 사회는 이런 바탕 위에 신뢰가 구축되어 이를 사회적 자본으로 삼아 선진사회로 나아 갈 수 있게 된다. 그럴 때 법을 엄정하게 집행할 수 있다. 법 집행은 공정하고 엄정하게 하고,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 한 예외를 두면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연례행사처럼 했던 사면을 하지 않았다. 많은 국민은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사면에는 거짓과 속임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의 강단 있는 이번 결단에 박수를 보냈다. 이제 과거 사면의 남용과 오용을 밝혀 국민에게 알리고 사면 남용을 철저히 막는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근본이 바로 서고 경우가 바른 법치 국가를 만드는 것은 선진 국가로 가는 길에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이래야 원칙을 바로 세우려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제대로 빛을 볼 수 있고, 우리 현대사에서의 혼란스러움을 청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