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첫날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이웃을 살해한 피의자 김모씨(45)가 경기 수원시 영통전화국 앞 공중전화에서 붙잡혀 서울 중랑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지난 설 연휴기간 중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과 방화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층간소음 분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정부, 지자체 등은 사건 직후 예방대책을 쏟아냈지만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추석 연휴 층간소음 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막기 위해 시끄러워질 수 있는 시간대를 미리 알리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 연휴인 지난 2월9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아랫집 김모씨(45)가 명절을 맞아 부모님 댁을 찾았던 윗집 형제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층간소음이 원인이었다.

다음날 10일 서울 양천구의 한 빌라에서는 박모씨(49)가 층간소음 때문에 윗집에 불을 지르고 도끼 등을 던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법원은 최근 김씨와 박씨에게 각각 무기징역, 징역 7년 등을 선고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은 2005년 114건, 2008년 284건, 2011년 362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수도권지역 층간소음 상담건수만 모두 1만3393건, 하루 평균 43.5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 지자체 등이 층간소음 분쟁의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 바닥두께를 210㎜(기둥식 구조는 150㎜)로 짓도록 하는 등 건설기준을 담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지난 5월 공포했지만 시행은 내년 5월7일부터이다.

또 서울시는 '서울시 공동주택 층간소음 분쟁해결 7가지 대책안'을 마련해 주민자율조정 등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현재 불거지고 있는 층간소음 분쟁은 주로 지은지 1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 다가구 주택 등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 한 아파트 19층에 거주하는 신모씨(28)는 "층간소음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지만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더라"라며 "다가오는 추석에 비슷한 강력범죄가 벌어지지 않으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김영성 대리는 "명절이라고 해서 층간소음 문제가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랜 기간 쌓여온 갈등이 특히 층간소음이 심할 수 있는 명절 때 폭발해 강력범죄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리는 '이벤트 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벤트 소음은 설날이나 추석에 갑자기 증폭되는 층간소음 등을 말한다.

그가 제시한 분쟁 예방법은 첫째, 사전에 윗층 주민이 아랫층 주민에게 "언제부터 언제까지 친척들이 방문한다. 시끄럽지 않도록 주의를 시키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둘째, "사람이 많다보니 평소보다 시끄러울 수 있다"고 양해를 구한다.

셋째, 약속을 지키도록 노력하되 아이들이 뛰어놀면 한 방에서 놀도록 하거나 밖에서 놀게끔 한다.

그는 "이들 예방법은 분쟁 해결과정에서 주민 90% 이상이 '이렇게만 얘기해줬어도 이해했을 것이다'라며 공감한 방법"이라며 "갑작스럽게 시끄러워져 당황하는 것보다 아랫집 주민이 미리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층간소음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층간소음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층간소음 처벌 법규를 현행 경범죄 수준에서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3월 마련한 층간소음 측정방법으로는 측정이 쉽지 않아 샘플을 기존 5개 미만에서 100여개로 늘려 연구용역을 맡겼다"며 "연구결과에 따라 내년부터 층간소음으로 인한 배상이 이뤄진다면 뿌리 깊은 분쟁이 해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