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은 한 언론사 기자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문답을 주고받으며 "(법무부의) 감찰 불응(不應)은 변할 수 없는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의 표명 이후 채 총장은 자기를 둘러싼 의혹을 당당하게 해명하지 않고 일부 기자들하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계속하고 있다. 사퇴 의사를 밝혔다지만 아직도 법적으론 검찰총장 신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이뿐이 아니다. 법무부 감찰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 역시 사리(事理)에 닿지 않는 행동이다. 법무부 조사는 자기에게 제기된 의혹을 씻어낼 수 있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법무부가 채 총장의 통화 내역과 계좌를 추적하면 채 총장이 아이 엄마 임모씨 말대로 수년 전 임씨와 연락을 끊었는지, 임씨에게 경제적 도움을 준 적이 없는지가 다 밝혀지게 된다. 채 총장이 떳떳하다면 법무부 조사를 자청(自請)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채 총장은 감찰을 거부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어떻게 해명하겠다는 건지 일절 설명이 없다.

채 총장이 임씨 아이의 아버지인지 여부는 유전자 검사로 간단히 판명 난다. 채 총장은 사의를 밝히기 전 "신속한 의혹 해소를 위해 조만간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유전자 검사를 받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채 총장이 의혹을 스스로 해명하지 않고 법무부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하면 도대체 무슨 수로 의혹을 밝히겠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채 총장의 자가당착(自家撞着)과 전후(前後) 모순되는 행동은 또 있다. 그는 16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청와대가 지난 8월 채 총장을 뒷조사할 때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이 가담했다"고 주장한 직후 대검 감찰1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공안2부장을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감찰1과장은 채 총장이 사의를 밝히자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채 총장의 '호위무사(護衛武士)'를 자처했던 사람이다. 채 총장은 감찰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되자 몇 시간 뒤 대검 대변인을 통해 "감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물러섰다. 채 총장은 이미 사의를 밝히고 검찰청을 떠났다. 법무부 감찰을 받지 않겠다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것일 것이다. 그러던 그가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걸 명분으로 대검에 무슨 지시를 한다는 것은 앞뒤가 어긋나도 보통 어긋난 일이 아니다. 본인은 법무부 감찰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어떻게 누구를 감찰하라고 지시할 수 있는가.

채 총장은 이번 사건이 터지자 "일련의 보도로 본인과 가족, 검찰 조직의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했다. 채 총장이 스스로 의혹을 해명도 하지 않고 법무부 조사에 응하지도 않고 의혹을 방치한다면 국민은 채 총장이 진실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 그런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채 총장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계속할수록 검찰 전체를 더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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