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과 슈퍼우먼의 대결"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유력 후보였던 로런스 서머스(58) 전(前) 재무장관과 재닛 옐런(67) 연준 부의장의 경합을 이렇게 표현했다. 두 후보 모두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화려한 이력과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장점은 차이가 뚜렷했다. 서머스 지지자들은 그의 강한 추진력과 위기 대처 능력을 추켜세운 반면, 옐런 지지자들은 20년 가까운 중앙은행 실무 경험을 토대로 한 그의 경제 분석 능력과 족집게 같은 예측 능력을 장점으로 꼽는다.
15일 서머스가 후보 경쟁에서 자진 사퇴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옐런에게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후보군에는 옐런 부의장 외에도 도날드 콘 전 연준 부의장과 티모시 가이트너 전 재무부장관 등이 있다. 하지만 가이트너 전 장관은 본인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은행 총재,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은행 총재 등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옐런 부의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옐런에 대해서도 후보 면담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 최고의 경기 예측력
옐런 부의장의 최대 강점으로는 오랜 연준 실무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이 꼽힌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경제가 대혼란기를 거쳐오는 동안 공개 석상에서 연준의 이름을 내걸고 숱한 경제 전망을 쏟아냈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은 2009~2012년 사이 연준 위원들의 공식 발언들을 분석했다. 앨런 부의장은 주요 발언이 38개였다.
2009년 6월 30일엔 "내년 하반기엔 미국 경제의 침체가 끝날 것"이라고 했고, 2010년 2월 22일에는 "당분간 실업률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올해 실업률은 9.25% 밑으로 떨어지겠지만, 내년(2011년) 하반기에도 실업률은 8%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2011년 4월 11일에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가에 잠시동안만 영향을 미칠 뿐 장기적인 영향은 미미하다"라고도 했다.
이 중 예측이 빗나간 발언은 단 2개뿐이었다. 수년 넘게 경제 전망에 매진해온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엘리자베스 듀크 이사 등 다른 연준 임원들의 정확도를 월등히 앞섰다.
옐런 부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7년 12월자 연준 의사록을 보면,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던 당시 그는 그림자 금융(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시장이 무너지면서 미국 경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수년 동안 계속 올랐던 주택시장도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봤다.
앞서 1996년, 그는 당시 연준의장이었던 '마에스트로' 앨런 그린스펀에게 그의 작품인 연준의 제로금리 목표를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경제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옐런의 경제 분석력은 올바른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상황에 걸맞는 예방책을 제시하는 게 연준의 역할임을 감안할 때 중요한 능력이다.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 등 350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차기 의장으로 옐런 부의장을 추천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 '연준 우먼' 근무 경력 15년
20년 가까이 연준에서 근무한 그는 통화정책 업무에서 잔뼈가 굵었다. 1994년 연준에 입사한 그는 1997년부터 1999년까지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통령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2004년 연준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2010년까지 샌프란시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직을 역임했고, 2010년 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부의장직으로 맡고 있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블룸버그 매거진은 그를 영향력 있는 50명의 인사에 선정했다.
연준 안에서도 그는 대표적인 비둘기파(금리 인하 등 느슨한 통화정책을 주장)로 손 꼽힌다.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윌리엄 풀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반대편에 서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책수단이 부족해진 연준을 위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기 국채를 판돈으로 단기 국채를 사는 것) 등 비(非)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성공적으로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옐런 부의장은 뉴욕 브루클린 출생으로 브라운 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아켈로프 버클리 대 교수의 아내로 그의 아들은 워릭 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