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버냉키 의장은 오는 18일 양적완화 정책 방향에 대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출구전략은 어떻게 첫발을 내디딜까. 이틀 앞으로 다가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각종 전망과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오는 17~18일 이틀간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은 매달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였던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할 것이 유력시된다. 문제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출구전략을 구사할 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선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양적완화 정책 축소가 9월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 소비지표 등이 일부 불안하지만, 소규모로 양적 완화 정책을 축소하는 데엔 큰 문제 없다는 판단이 주를 이룬다. 당초 벤 버냉키 의장은 실업률 7%, 인플레이션율 2%를 달성하면 출구전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8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7.3%. 작년 실업률(8.1%)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인플레이션율은 1.7% 수준이다.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문조사 결과, 경제전문가 66%가 양적완화 정책이 축소되리라고 전망하는 것으로 집계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축소 규모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CNBC는 13일 미 연준의 첫 출구전략은 기존 양적완화 정책에서 100억~150억달러 정도를 줄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 850억달러씩 사들이던 채권을 700억~750억달러로 줄여 매입하겠다는 것. CNBC는 차츰차츰 매입량을 줄여나가면서 시장금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만약 양적완화 정책이 200억달러 이상 축소된다면 금융시장에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18일 막상 출구전략이 발표될 경우,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전망하는 목소리도 제각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렉스 칼럼을 통해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한국 원화가치는 오르고 일본 엔화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경우 기초체력보다 저평가되어 있어 외국인들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것.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되면 통화가치는 상승하게 된다(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하락). 칼럼에서는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국과는 달리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국이라고 강조했다. 모간스탠리는 "양적완화 정책 초창기엔 신흥국 전체에 대한 매도가 이뤄질 수 있지만, 경상수지가 흑자인 국가들의 화폐 가치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 상승). 양적완화 정책 축소로 미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외투자가 늘어나면 엔화 자금이 유출되는 셈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미 연준이 자산매입을 일부 축소한 뒤 실업률 목표치를 더욱 낮춰 양적완화 축소의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미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미 연준도 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는 "단기금리를 올리는 기준인 실업률 6.5%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2.5%를 낮추거나 물가 등 다른 변수와 묶어서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연준이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따랐다. 이코노미스트는 14일 미 연준이 경제회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투자자들에게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실업률 등 한가지 경제지표만 가지고 양적완화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권했다. 실업률이 감소한다고 해서 미 경제 전반이 좋아졌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