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개혁ㆍ朴 대통령 사과, 회담 최대 관전포인트
- 성과 없을 땐 정국 급속도로 냉각…민생 법안 논의할 국회는 파행 수순
꽉 막힌 정국이 기로에 섰다. 정치권은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ㆍ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갖는 '3자 회담'이 하반기 민생 정책을 가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개점휴업' 상태로 공회전하고 있는 국회를 정상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민생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전년도 결산안 심사ㆍ의결과 국정감사, 각종 민생 법안을 심의할 상임위 활동, 그리고 새해 예산안 심사 모두가 이번 회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건은 단연 국가정보원의 개혁 문제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한 달을 훌쩍 넘긴 민주당의 장외투쟁의 근본 원인인 만큼 국정원 개혁 문제의 매듭을 풀기 전에는 정국 정상화의 기틀은 마련되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요구한 국정원의 인적ㆍ제도적 개혁, 대통령의 사과, 국정원장 해임 등의 요구에 박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이번 3자 회담의 최대 관전포인트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가 13일 3자 회담을 수용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요구한 사안 대부분이 국정원 개혁 관련 이슈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개혁 등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담보되는 회담이 돼야 한다"며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정치 개입에 대해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한 시대를 뛰어넘는 확고한 청산 의지와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노코멘트'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민주당의 회담 수용에 대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민주당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일단 산고 끝에 가까스로 이뤄진 회담 분위기를 흐리지 않겠다는 기류로 해석된다.
다만 여당에서는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주요 국정과제들의 입법화와 실효성 있는 경제 정책을 이뤄내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자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가정보기관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정치권에 엄청난 파행을 낳은 만큼 '사과'는 못해도 포괄적인 수준의 '유감' 표명 정도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 개혁 문제에 있어서도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정도의 '약속'과 국정원 개혁은 '국회의 권한'이라는 점을 피력하면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전향적인 태도는 이번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날 경우 정기국회 의사 일정은 물론 하반기 정국 운영이 심각한 파행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 부담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회 공전으로 인해 새해 예산안 논의는 법정시한인 12월 2일은 물론 해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이미 지난달 31일까지인 지난해 결산안 심사 시한을 놓쳤다. 그럼에도 정기국회의 세부일정은 아직까지도 합의하지 못했다. 추석 직후 가까스로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국감과 법안 처리를 위한 상임위 일정에만 각각 3주와 2주 이상이 필요하다. 경제 침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