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코(PIMCO)라는 이름이 가졌던 프리미엄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 회사인 핌코도, ‘채권왕’이라 불리던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빌 그로스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핌코의 새 채권펀드가 흔들린다'는 기사에서, 핌코가 올 1월 자사의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출시했던 폐쇄형 펀드 '다이나믹크레디트인컴펀드'의 수익률이 지금까지 -15%를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펀드에 투자한 리버노스캐피탈운용의 패트릭 갤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T에 "핌코에, 그것도 빌 그로스가 운용하는 채권펀드에 돈을 넣는 것만큼 매력적인 투자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핌코는 이름값도 못한다는 오명만 뒤집어쓰게 됐다"고 말했다.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빌 그로스

◆ 주요 국채금리 상승 중…채권펀드 손실

핌코의 위기는 주 투자대상인 채권값 폭락에서 기인한다. 연초 2510억달러(약 272조원)에 달했던 빌 그로스의 채권투자 펀드는 최근 4개월 새 14%의 손실을 냈다.

시티그룹이 세계의 주요 국채펀드를 지수로 평가한 결과,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 주요국 국채 모두 올해 평균 2%대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손실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최근 33년 새 국채 수익률이 손실로 마감한 세 번째 해가 될 것이라고 블랙록은 진단했다.

채권펀드가 손해를 본 것은 주요국 국채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채권값 하락) 불과 4개월전까지만 하더라도 1.5~1.6% 수준에 머물렀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현재 3%까지 올랐다. 2년 만에 최고치다.

다른 주요 선진국 국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3%를 넘어 2011년 7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금리도 2년 만에 2%를 웃돌았다. 하나같이 AAA 등급으로 분류된 최우량 등급의 국채들이다.

◆ 채권에서 돈 빠져…FRB 출구전략에 시장 움찔

채권값 하락은 채권 투자자의 외면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채권값의 연쇄 하락으로 이어진다. 미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지난주(4일 기준) 미 채권형 펀드에서 68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6주 연속 순 유출이다.

채권 투자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진 건 무엇보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가시화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아진다는 기대감에 안전자산인 채권 대신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옮겨가려는 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미국 채권형 펀드에서 331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되는 동안 주식형 펀드로는 71억달러가 들어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며 월 850억달러에 이르는 양적완화의 규모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도 악재다. 채권금리가 오르는 시점도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선언한 5월 이후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의 빌 스트리트 신흥국 투자부문 대표는 "투자 재분배가 일어나면서 금리가 예전 수준으로 다시 오르고 있다"며 "지금같은 추세라면 미 국채금리가 4%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 달간 미국 주식과 채권 무츄얼 펀드의 유출입 규모 비교

◆ 출구전략 충격 vs 정상화 과정

전문가들은 연준이 출구전략을 실행하기 전에 먼저 채권시장에서 출구전략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로이터는 "출구전략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채권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이런 흐름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 진단했다.

중앙은행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 연준과 달리 당분간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의 금리상승이 유럽의 경기회복을 방해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외르그 아스무센 ECB 이사는 11일 "1994년 미국의 경기회복에 연준이 긴축에 나서자 그 충격이 전 세계로 퍼졌다"며 "최근 연준의 행보에 따른 파장은 그때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우려가 과장됐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최근의 금리상승은 정책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과도한 쏠림이라는 것. 도이체방크는 "효과와 우려는 구분해야 한다"며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고 본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투자전략가는 "미국과 영국의 국채금리는 아직 장기 평균의 50bp(1bp=0.01%포인트)나 낮고 독일은 70bp나 낮은 수준"이라며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