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60대는 운전기사로,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층은 사무직으로 일하는 구조가 자리 잡혔죠. 나이에 따라 잘하는 일이 있고, 반대로 감당이 안 되는 일이 있는 겁니다."

경기도 성남시의 관광버스 회사인 '활기찬중부관광'의 안영남(54) 사장의 말이다. 중부관광의 버스 기사 100명 중 30명은 '신중년(60~75세)'이다. 나머지 버스 기사 70여명도 대부분 50대 중·후반으로 '예비 신중년'이다. 반면 경기도 성남에 있는 사무실 직원 30여명은 대부분 40대 이하 젊은 층이 채우고 있다.

신중년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계층으로 등장한다면 청년층 일자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우리 산업 현장을 둘러보면 신중년과 청년층이 공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시니어 사원 '해결사'로 등장

중부관광 소속의 기사 김성열(68)씨는 새벽 4시쯤 일어나 버스를 몰고 출근 직원들을 태우고 와 퇴근 시간까지 대기 중이었다. 김씨는 "젊었을 때는 아침 8시에도 눈 뜨기가 힘들었는데 나이가 드니 새벽 4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번쩍 떠지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황규택(64)씨는 "월급(평균 160만원 정도)이 많지는 않아도 마누라랑 둘이서만 먹고살면 되니까 별문제 없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한 계산대에서‘시니어 사원’인 이희숙(60·왼쪽)씨가 현장 지원 담당 직원인 한영주(33)씨와 함께 고객이 장을 본 물건들을 계산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관광버스 운전기사직에는 요즘 30·40대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중년층이 운전기사직에는 속속 진출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회계·배차·영업 업무를 감당할 순 없어 이런 일자리는 젊은 사람들의 영역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됐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2월부터 '시니어 사원(57~61세)' 300여명을 선발해 전국 매장 계산대와 배달용 물품 선별 작업에 배치했다. 배은서(60)씨는 롯데마트 잠실점 계산대의 '해결사'로 통한다. 계산대에서 바코드 리더 장비에 에러가 발생하거나, 고객들이 계산대에서 무리한 요구를 할 때마다 젊은 직원들은 배씨에게 SOS를 친다. 배씨는 "젊은 시절 은행에서 일했으니 숫자 자판 두드리는 것이야 식은 죽 먹기고, 이 나이쯤 되면 사람을 달래는 법은 저절로 알게 된다"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최근 금융 사고 예방 목적으로 은행 퇴직자 173명을 재고용해 전산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영업점을 돌면서 감사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은행 경력이 일천한 젊은 직원들은 하기 어려운 일이다.

◇신중년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 충돌 안 한다… 유럽·일본 등에선 이미 입증돼

영국은 1970년대 중반 고령 취업자 비율이 올라가고,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자, 1977년부터 연금 수령 시기를 65세에서 60세 아래로 낮춰 장년층의 조기 퇴직을 유도했다. 그러나 오히려 영국의 청년 실업률은 정책 시행 전보다 오히려 5%포인트 올라갔다. 신중년이 조기 은퇴하면서 소비를 줄이자 경제 활력이 떨어져 청년 고용도 덩달아 감소한 것이다. 영국은 결국 연금 수령 시기를 원상 복귀시켰다. 핀란드는 1990년대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조기 퇴직하는 고령층에게 별도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에도 청년 고용은 늘지 않았고 재정 부담만 초래했다는 평가만 나왔다. 이후 핀란드는 오히려 퇴직을 늦추는 사람에게 국민연금을 더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꾸었다.

일본도 고령화와 연금 고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 당시 일본 내에서도 '청년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논란이 심각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일본 내 55~64세 고용률과 25~29세 고용률이 동반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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