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지급·무상보육 등 주요 국정과제의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이처럼 돈 쓸 곳은 많지만 경기 부진으로 세수(稅收)는 계속 줄면서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재정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예산(관리재정수지 기준)을 편성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신문에 “공약 이행을 위한 복지 소요가 많아 내년에도 적자예산을 짜는 게 불가피하다”며 “다만 적자 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8%였던 올해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최종 조율 중인 내년도 복지예산(보건, 복지, 노동) 규모는 105조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복지예산은 지난해 정부 예산안에서 97조1000억 원으로 편성된 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97조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재정융자사업 중 민간에 맡기는 사업 5조5000억 원을 합치면 100조 원이 넘지만, 정부가 편성한 기준으로 100조 원이 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복지예산을 늘리면서도 전체 예산 증가율은 올해(5.3%)보다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체 증액 규모가 제한돼 있는 상태에서 복지·교육 분야의 예산이 늘어나다 보니, 사회간접자본(SOC) 농림 에너지 등 기타 산업 분야는 상당 부분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각 지역의 대표 공약 사업들도 대거 예산 삭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세출 절약을 통해 정부는 내년도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것으로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줌) 적자 폭을 GDP 대비 1% 안팎으로 막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만약 내년 적자예산 편성이 확정되면 정부는 2014년부터 재정수지 흑자를 내겠다는 약속을 1년 만에 뒤집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2014년부터 흑자예산을 짜고, 그 다음 해인 2015년부터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현재 36.2%)을 20%대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당초 박근혜 정부가 목표로 한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정부의 공약 달성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대 경제학과 황성현 교수는 신문에 “박 대통령 공약의 핵심이 ‘복지 실천’인 만큼 국민 약속을 통해 2017년까지 조세부담률을 22%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복지 공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