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은 웃고 야구는 울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9일(한국 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25차 총회에서 레슬링을 2020 도쿄올림픽의 마지막 정식 종목으로 선정했다. 레슬링은 이날 IOC 위원의 표결에서 49표를 얻어 야구·소프트볼(24표)과 스쿼시(22표)를 제쳤다.

제1회 근대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었던 레슬링은 지난 2월 집행위원회에서 2020년 올림픽의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는 충격을 맛봤다. 당시 레슬링은 IOC 집행위원들의 무기명투표가 네 차례 진행되는 동안 매번 가장 많은 표를 얻는 불명예를 안았다. 외신은 최근 상업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IOC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점과 다른 퇴출 후보 종목들이 막후에서 살아남기 위한 로비를 펼치는 동안 방심했던 점을 레슬링의 정식 종목 제외 이유로 들었다.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와 국가대표 선수들이 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 모여 레슬링의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레슬링은 영구 퇴출당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5월 집행위원회에서 야구·소프트볼, 스쿼시와 함께 정식 종목 후보로 채택되면서 기사회생했다. 라파엘 마르티네티 FILA(국제레슬링연맹) 회장이 물러나고 네나드 랄로비치 회장이 새롭게 연맹을 이끌며 시도한 개혁 작업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흥행성을 높이기 위해 2분씩 3세트로 진행되던 경기(3판 2선승제)를 누적점수제 방식(3분씩 전·후반전)으로 바꾼 것 등이 대표적인 변화였다.

레슬링의 정식 종목 채택에 국내 레슬링계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최성열 대한레슬링협회장은 "규정 변화 등에 잘 적응한다면 한국 레슬링에도 재도약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16일 헝가리에서 개막하는 세계선수권을 앞둔 안한봉 대표팀 감독은 "현지 한국 선수단이 소식을 듣고 축제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에서 빠진 야구·소프트볼은 두 기구를 통합하는 노력까지 펼쳤으나 레슬링의 벽을 결국 넘지 못했다.

'국기(國技)' 태권도는 예상대로 2020 도쿄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IOC는 이날 레슬링을 2020 올림픽의 마지막 정식 종목으로 결정하기에 앞서 먼저 태권도를 포함한 2020년 올림픽의 25개 핵심 종목을 최종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