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진(제주중앙여중 2년·가명)양에게는 중학교 입학 뒤 변화가 찾아왔다. "엄마가 심부름을 시켜도 예전에는 군말 없이 잘 따랐는데 점점 '엄마가 하면 될 걸 왜 나한테 시키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압박감이 느껴져서 짜증도 늘었고요." 김양은 서서히 가족보다 친구를 자주 찾게 됐다. "친구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다 이해해주고 듣기 불편한 얘기보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었다. 자기중심 성향과 또래 관계 몰두하는 '중2병'의 시작이었다. 지난달 말 교육출판 전문기업 좋은책신사고도 중학생 4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중학생 10명 가운데 4명(38%)은 중2병을 겪었거나 겪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웅진웡스 제공

김양 스스로 자신의 중2병 증세가 나아졌다고 느낀 건 '중e병 프로젝트'(이하 '중e병')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중학생+E(environment, 환경)+병(竝: 함께하다)'을 뜻하는 '중e병'은 제주지역 4개 중학교(제주중앙여중·제주동중·제주서중·제주중)가 모여 다양한 체험·자기계발 프로그램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젝트. "'중e병'에서는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협동심을 다질 수 있는 게임을 해요. 똑같은 일도 여럿이 하면 쉽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부터 '엄마도 혼자서 집안일 하려면 힘들 텐데 내가 도와줘야지'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김양의 사례처럼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한 인성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학부모의 몫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새삼 다르게 보이는 자녀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이진아 브랜드유리더십센터 소장은 "중2병에 걸린 자녀와 관계 형성을 잘 해나가려면 △기대 수준을 낮추고 △기대 방향도 바꾸고 △타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실제 중2병의 정점을 찍고 내려온 중 3 딸을 둔 엄마이자 신간 '중2병 엄마는 불안하고 아이는 억울하다'(웅진웡스)의 저자다. "중학생이 되면 여자아이들은 하나둘씩 화장을 시작해요. 부모는 깜짝 놀라 '학생이 무슨 화장이야!'라며 강력하게 통제하려 들죠.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성인이 되면 누구나 화장을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잘할 수 있겠어요? 화장품 한두 개는 허용하는 식으로 타협해야죠."

이 소장은 "자녀가 중2병을 겪을 때 부모는 '중2엄마병'을 겪어야 부모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중2병을 겪는 시기는 부모의 역할이 모든 걸 다 해주던 '양육'에서 '혼자 잘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변화하는 시기와 일치합니다. 자녀가 다 컸는데도 아직도 '양육'을 하려 드는 부모는 중2엄마병을 제대로 겪지 않았기 때문이죠."

윤영 심리상담센터 '함께' 소장은 "중2병을 겪는 아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엄마가 날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부모는 중2병이 누구에게나 지나가는 시기라는 걸 되새김질하며 불안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방치해 두는 건 좋은 부모가 아니죠. 귀가 시간·용돈 사용·정서 표현 등에서는 자녀와 대화를 통해 한계선을 정해놓고 이를 어겼을 시 제재를 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