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4일(현지 시각)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0표, 반대 7표로 통과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시리아 군사개입에 필요한 의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첫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외교위 결의안은 시리아에 대해 60일간 제한적인 방식의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30일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승인하지 않았다. 이번 결의안은 9일 개원하는 상원과 하원 전체회의에서 모두 통과된 후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해야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존 베이너(오하이오) 의장과 에릭 캔터(버지니아)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군사 개입안에 지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결의안 통과에 난관이 예상된다.

이날 외교위 표결 결과는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해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명분과 실리 등의 입장 차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국 여론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날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7명과 공화당 의원 3명이 찬성한 반면, 민주당 2명과 공화당 5명은 반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표결에 대해 "초당적(bi-partisan) 찬성과 초당적 반대가 공존했다"고 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스웨덴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라크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반대 진영 설득에 나섰다.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를 명분 삼아 공격했지만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비판받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감행한 화학무기 공격을 직접 명령한 사실을 암시하는 정보를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감청을 통해 입수했다고 독일 의회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BND는 지난 2일 의원들을 상대로 한 안보브리핑에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한 고위 간부가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사드 대통령의 화학무기 공격 지시는 잘못된 것이며 그가 자제력을 잃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한 미국 사회의 여론은 찬반으로 갈린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매파'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해 "헌법과 관례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한 경우가 없다. 대통령은 최고사령관으로서 그럴 권한이 있다"며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해 의회 승인을 요청한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존 케리 국무장관은 설득력 있고 단호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를 벌할 만큼 강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무늬만 최고사령관(so-called commander in chief)'에 비유했다.

반면 친(親)오바마 성향 진보단체들은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성명을 속속 발표해 오바마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회원 수가 800만명인 반전단체 무브온의 애나 갤런드 대표는 "회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75%가 반대했다"면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은 끔찍한 일이지만 회원들은 군사행동을 해결책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