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미디어리서치를 통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병'을 물었더니 전체 응답자 가운데선 암(癌)이 1위였지만, 60대 이상에선 치매가 1위였다. 젊을 때는 무심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치매를 가장 걱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매는 60대 이상에서 갑자기 발병하는 병이 아니다. 초대 대한치매학회장을 지낸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은 "치매는 서서히 뇌에 독성물질이 쌓이다 발병하는 병"이라며 "10∼20대부터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치매 없는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그동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치매 전문의(醫)들이 추천하는 연령대별 치매 예방 실천법을 모아봤다.

◇10대, 뇌세포가 성장하는 시기

뇌세포는 만19세 즈음까지 성장한다. 뇌세포 수가 늘진 않지만 뇌세포를 연결하는 신경이 발달한다. 이 신경이 촘촘하면 훗날 뇌세포가 급속히 파괴돼도 오랜 기간 정상적 기억이나 판단이 가능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인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는 "지속적 학습이 신경을 발달시켜 뇌 예비 용량을 늘린다"며 "무학(無學)인 사람은 치매 발병률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높다. 학생으로서 학습 활동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치매 예방"이라고 말했다. 여행이나 현장학습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뇌세포를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한양대 의대 김희진 교수는 악기 배우기를 권했다. 김 교수는 "뇌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 바로 옆에 있어 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악기 연주가 취미가 되면 평생에 걸쳐 써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연령대별 치매 예방 실천법.

◇20대 폭음이 60대 치매로 이어진다

대다수가 20대에 처음 술을 접한다. 한설희 원장은 "사람은 뇌세포를 약 1000억개 갖고 태어나서 하루 약 10만개씩 파괴되는데 과음하면 100만개 이상, 기억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면 한 번에 수천만개가 파괴된다"며 "20대에 들인 폭음 습관이 60대에 치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주 5잔 이상을 폭음으로 보고 있다. 하루 평균 3잔 이상 술을 마시면 뇌 손상으로 치매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30∼40대, 운동·학습 기회 찾아야

30대가 되면 몸의 노화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는 없어 뇌가 둔해지기 시작한다. 규칙적 운동과 학습이 필요한 시기다. 김희진 교수는 '암기가 있는 운동'을 추천했다. 동작을 외워야 하는 태권도, 검도, 댄스스포츠 등을 하면 운동 효과와 학습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운동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건이 안 좋다면 1시간 이상 일주일에 3번씩 걸으면 된다"고 말했다.

각종 스마트 기기는 뇌세포 노화의 주범이다. 김기웅 교수는 "스마트 기기 의존이 뇌세포를 둔화시킨다"며 "한 번 가본 길은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등 의식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복기(復棋)하는 것도 좋다. 한설희 원장은 "잠자기 직전 10분 동안 10줄짜리 일기를 쓰면 수면 중에 그 기억이 뇌에 잘 스며들어 기억력이 좋아진다"며 "일기가 기억을 깨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치매 경보 발령되는 50∼60대 이상

전체 치매의 50% 이상인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40대 중후반부터 뇌에 쌓이기 시작한다. 한설희 원장은 "대장내시경 검사처럼 5년 주기로 건강검진 때 뇌 사진을 찍어두면 치매 진행 여부를 확인해 조기 검진·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적극적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기웅 교수는 "배우자가 없는 경우 치매 발병률이 2.9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사회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주변 사람과 교류를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 원장은 봉사활동을 추천했다. 한 원장은 "봉사활동은 무료할 수 있는 은퇴 이후 시간을 보람 있게 해 우울증을 예방하고, 뇌세포 파괴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희진 교수는 글쓰기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주기적으로 신문이나 책의 한 단락을 읽고 내 문장으로 다시 써보거나, 국내·국외 여행을 다녀와 보고 들은 것을 떠올리며 기행문을 써보면 기억력 감퇴 속도를 현저히 늦출 수 있다"며 "한글을 배우지 못한 분은 한글을 새로 배우는 것 자체가 훌륭한 치매 예방 활동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