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우월주의 문화가 지배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국 이래 처음으로 가정폭력 금지법이 마련됐다.

사우디 내각은 지난달 26일(이하 현지 시각) 가정 내 여성에 대한 폭력 금지를 골자로 한 '학대방지법'을 제정했다고 CNN이 2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사우디에선 판사가 당사자 증언만 듣고 재량에 따라 가해자를 처벌해왔다. 남성 입장에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새 법은 폭력을 휘두른 남편에게 사안에 따라 최대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최대 5만리얄(약 1500만원)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피해 여성에게는 정신과 상담을 포함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다. 반다르 알 아이반 사우디 인권위원회 회장은 "이제껏 남성의 폭력이 묵인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성문법 탄생으로 명확한 처벌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중동 국가 중에서도 대표적인 여성 인권 후진국으로 뽑힌다. 사우디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을 엄격히 적용해 여성의 사회적 권리를 극히 제한해왔다. 지구 상에서 여성의 운전을 금지한 유일한 나라이고, 투표나 정치 참여도 허용되지 않는다. 남성 후견인 제도에 따라 아버지나 남편의 허락 없이 외출이나 여행도 불가능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발표한 '성(性)격차 지수'에서 사우디는 총 135개 조사국 중 양성평등 최하위권인 131위였다. 가정 내 폭력도 일상적이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 4월 발표한 '국가별 인권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의 절반 정도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우디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가정폭력이 931건 신고됐지만, 실제 사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 법은 제정일로부터 90일이 지난 후 전국적으로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