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6시쯤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앞 광장. 20여곳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이곳은 서울시 구로구 조례에 따라 금연 구역이다. 광장 뒤쪽에 '금연 구역이니 흡연하면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경고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각각 성동구와 광진구에 산다는 한 20대 커플은 푯말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김모씨는 "공원만 아니면 (담배 피워도) 되는 것 아니냐"며 "여기(광장)가 금연 구역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성동구와 광진구에 있는 광장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없다.
비슷한 시각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 앞 공터. 시민 30여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신림역이 있는 서울 관악구는 관내 지하철역 33곳의 출구 앞 반경 20m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전모(30)씨는 "역 앞은 길가이니까 담배를 피워도 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며 "내가 사는 영등포구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구별로 금연 구역 설정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집계한 '각 구별 금연 구역 현황'(올 상반기 기준)에 따르면, 강남구는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시설이 753개, 강동구는 360개, 관악구는 324개에 이르는 반면, 구로구는 4개, 중구는 20개에 불과했다.
강남구는 서울시 공통 금연 구역인 도시공원 106곳을 포함, 학교 근처 79곳, 강남대로 등 번화가 3곳, 버스정류장 565곳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 반면 구로구는 도시공원인 고척근린공원과 구로역 광장, 신도림역 광장, 오류역 광장 등 4곳만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
현행 건강증진법에 따라 병원이나 학교, PC방, 일정 규모 이상의 음식점 등은 전국 공통 금연 구역이고, 서울시는 별도로 공원과 중앙차선 버스정류장 등 362곳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다 각 자치구가 조례로 2740곳을 금연 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는데, 유사한 시설이라도 구마다 금연 구역 설정 여부가 제각각인 실정이다.
가령 강남구, 강동구, 관악구 등 3곳은 길가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지만, 나머지 22개 구는 금연 구역으로 정하지 않아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 김수길(가명·34)씨는 "서울 강남대로를 경계로 한쪽(강남구)은 버스 정류장 부근이 금연 구역인데, 다른 쪽(서초구)은 금연 구역이 아니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또 동대문구와 서초구는 학교 주변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는데 나머지 23개 구는 지정하지 않아, 학교 근처에서 담배를 피워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강남구는 이번 달 1일부터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와 대치사거리 등 학원가 주변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단속하기 시작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이 많이 다녀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시 학원이 밀집한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와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는 금연 구역이 아니다.
강서구와 동대문구, 종로구 등 3곳은 신청한 아파트 단지를 금연 구역으로 정했다. 그 때문에 동대문구에는 금연 아파트 단지가 20곳 이상이다.
금연 구역만 제각각인 게 아니라, 단속 실태도 구별로 차이가 크다. 올 상반기에 성동구, 광진구, 중랑구, 도봉구, 노원구, 서대문구, 구로구, 강동구 등 8개 자치구는 흡연을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강북구와 종로구는 딱 한 차례만 과태료를 부과했다. 반면 서초구는 강남대로 등 금연 구역을 집중적으로 단속해 단속실적을 9982건 올렸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정 금연 구역을 제외하면 금연 구역은 모두 자치구가 알아서 정하는 것"이라며 "자치구에서 필요성을 느끼고 금연 구역을 정해야지,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