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 회합이 경기도당 행사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1일 드러났다. 또 단순히 초청 강연만 한 게 아니라 마무리 발언까지 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모임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道黨 일정엔 '합정동 모임' 없어

이 의원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5월 회합에 대해 "경기도당 주최 행사에서 강연한 것"이라고 했고, 국정원의 압수 수색 대상자였던 김홍렬 경기도당 위원장은 "경기도당이 정세 강의를 요청했고 이 의원이 강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통상적인 당 활동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본지가 진보당 경기도당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경기도당이 올 들어 밝힌 27건의 행사 일정과 공지 사항에는 이 의원이 참석했다는 지난 5월 합정동 모임은 들어 있지 않았다. 지난 3월에 경기도당 대의원 대회, 4월에 지방선거 준비학교, 6월에 개성공단 관련 모임, 7월에 여성위원회 모임, 8월에 이정희 대표 정당연설회 등 일정만 공지돼 있었을 뿐 5월 모임은 아예 없었다.

지난 31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10차 범국민 촛불 집회’에 통합진보당 김재연(오른쪽 둘째) 의원 등이 참석해 빗속에 촛불을 들고 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불법 당선 박근혜 하야’‘내란 음모 조작 국정원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과 진보당 측의 해명과는 달리 경기도당 차원의 행사가 아니라 이 의원이 주도하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의 비밀 회합이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수사 당국의 한 관계자는 "합정동 회합엔 130명이나 참석했는데 경기도당의 공식 행사였다면 공지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며 "도당이 아닌 지하조직 행사였기 때문에 공지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석기, 모임 끝까지 주도

이 의원은 30일 "강연만 하고 떠났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5월 비밀 회합의 추가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단순히 강연만 한 것이 아니라 권역별 토론 이후 마무리 발언까지 했다. 이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조국통일은, 통일혁명은 남북의 자주 역량에 의해서 할 수 있다"며 "이게 현 정세라는 새로운 인식, 전쟁에 대한 이해를 직시하자 이거야. 그런 직시를 함께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했다. 초청 강사 역할을 넘어 토론의 방향을 제시하고 정리하는 역할까지 한 것이다.

◇"北, 미사일 쏘는 게 뭐 문제냐"

이 의원은 회합에서 북한에 대해 미사일 발사와 군사행동 자제를 요구했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북한이) 정세에 따라 미사일 쏘는 게 무슨 문제냐, 쏘는 게 정당하다. 쏘자"고 했다. 또 "한창 첨예하게 조선반도의 긴장된 중요한 시기에 갑자기 (이정희) 대표와 같이 중앙당에서 예고도 없이 '미사일 쏘면 안 된다'(고 한 것을) 기억하시죠"라며 "현재 조성된 위기의 본질이 조·미(朝美·북한과 미국) 간의, 특히 외래 제국주의에 의한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을 침범하는 데 대한 행위로 보는 게 아니라 북에 (위기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오도할 수 있는 정치적 실책을 범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또 "굉장히 중요한 건데, 긴급하게 이정희 (대표 측)에서 '미사일 쏘면 안 된다' 그걸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거야말로 현 정세를 바라보는 일관된, 편향된 대표적 사례"라며 "현 정세를 평화냐 전쟁이냐 왜곡해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또 "그것은 민주당에서 하면 되지 우리는 침묵하면 되는 거고 지켜보는 거예요"라고 했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 4월 10일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군사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석기 의원 발언 이후 진보당에선 북의 군사 도발을 비판하는 성명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