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이렇게 '대박'이 날 줄은 몰랐죠.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요."

옛날 같으면 군대에서나 먹을 수 있던 '전투식량'이 요즘은 대형마트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진짜 사나이' 등 군대 소재 TV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꽤 인기도 얻고 있다.

지난 2004년 경남 밀양의 한 고시원에서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윤희열(37)씨. 그는 이 군용 전투식량 하나로 인생이 바뀌었다. "신문에서 '한 식품업체가 예비군용 군납 즉석밥을 2만 봉지 만들었는데, 육군 방침이 바뀌어 팔지를 못해 애를 먹고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래서 공장에 직접 찾아가봤죠."

이종교, 권경아, 윤희열(왼쪽부터)씨가 서울 신정동의 이씨 매장 앞에서 다양한 전투식량 제품을 들고서 웃고 있다.

그는 그날로 공부를 접었다. 갑자기 '캠핑 바람'이 불었고, 젊은이들 사이에 밀리터리 애호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윤씨는 "캠핑이나 낚시, 등산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먼저 소문이 났고, 그다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폭격 등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는 일이 생기면 매출이 올랐다"며 "고시원비나 벌까하는 생각에 '용돈벌이'로 시작한 일이 본업이 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람이 두 명 더 있다. 윤씨와 협동조합형 기업을 공동 설립한 이종교(43)씨와 권경아(51)씨. 인터넷에서 건강보충제를 팔았던 이씨는 어느 날 한 포털사이트에서 '전투식량'이 검색어 3위가 된 것을 보고 '돈 되겠다' 싶어 공장을 찾아갔다가 그곳에서 윤씨를 만났다. 가정주부였던 권씨는 인터넷 쇼핑몰 창업 아이템을 찾다가 전투식량을 알게 됐다. "애들 키워놓고 40대 초반에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거예요. 인터넷 쇼핑몰을 열면서 뭔가 특이하고 오래가는 제품을 찾게 된 거죠."

세 사람은 10년쯤 전부터 비슷한 시기에 전투식량으로 각자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3년 전 공동으로 회사를 세웠다. 지금도 각자 판매 사이트를 별도 운영하면서 OEM생산과 물류, 마케팅만 함께 한다. 세 사람은 대형마트와 수퍼 등 '오프라인' 판로도 뚫기 시작했다. 윤씨는 "요즘 대기업에서도 비슷한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등록을 다 해놔서 '전투'나 '김병장' 같은 이름은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고 했다.

제품 종류도 다양해져 미국에서 수입한 군용 에너지 초콜릿 등 30가지가 넘는다. 업계에서는 밀리터리 식품 시장의 규모를 연간 50억~60억원대로 추정했다. 세 사람은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고 시장이 크지도 않지만, 10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우리 손으로 개척했다는 자부심만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