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지방의 긴 장마와 남부 지방 가뭄 탓에 배추 도매가격이 7월 중순 10㎏당 4717원에서 최근 1만3000원대가 돼 3배 가까이로 뛰어올랐다. 추석을 앞두고 고사리·도라지 같은 나물과 채소, 굴비 등 차례상에 오르는 주요 품목 값도 1년 전보다 10~30% 올랐다. 올 들어 세입자(貰入者) 가계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전셋값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있고 우윳값과 지역 난방 요금, 교통 요금을 비롯한 각종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 소비자물가 통계는 전혀 딴판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1월부터 지난 7월까지 9개월 연속 1%대에 머물고 있다. 모든 물가가 떨어져 경제가 위축되는 디플레이션이 올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나올 정도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1015명을 조사한 올 상반기 체감(體感) 물가 상승률은 5.4%에 이른다. 통계청이 발표한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1.3%의 4배 이상이다.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은 현행 소비자물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상품·서비스 481개 품목을 조사하는 소비자물가 지수는 5년마다 품목과 가중치를 개편하고 있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패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체감 물가에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 전반적 물가 수준이 안정돼 있더라도 농축산물이나 생필품처럼 자주 사는 상품 값이 오르면 대다수 국민이 물가가 불안하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정부가 공식 지표 물가만 보고 인플레이션 걱정을 덜었다며 안심하다가는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키울 수 있다. 기존 소비자물가 지수와는 별도로 서민·중산층 가계 지출에서 비중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물가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농축산품처럼 생활에 밀접한 상품의 유통 구조를 개선해 생활 물가를 안정시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