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오전 7시 14분쯤 대구역에서 상·하행 KTX 열차와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가 3중 충돌해 KTX 열차 8량과 무궁화호 기관차가 탈선했다. 대구역을 통과하는 서울행 KTX가 역에 채 들어오기도 전에 무궁화호가 출발하면서 진입하는 KTX와 충돌했고, 탈선해 기운 KTX를 맞은편에서 오던 부산행 KTX가 들이받았다. 세 열차에는 모두 승객 1300여명이 타고 있었지만 열차들이 비교적 느린 속도로 운행 중이어서 부상자가 4명에 그쳤다.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당국은 전동차 결함이나 신호 체계 고장보다 열차 승무원 '여객전무'와 기관사, 대구역 관제 직원의 잘못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당국은 무궁화호 여객전무가 신호등을 착각해 기관사에게 출발해도 좋다고 알렸고, 기관사는 신호를 확인하지 않은 채 열차를 출발시켰으며, 관제 직원은 무궁화호에 KTX가 지나간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중 한 사람만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면 일어날 수 없는 사고였다는 이야기다.
신호등을 착각한 것으로 알려진 여객전무는 지난 7년간 주로 사무실 근무만 하다 최근 급하게 대체 투입됐다고 한다. 철도노조가 여객전무와 역무원을 순환 근무시키려는 코레일 측에 반발해 7월 말부터 휴일 근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6월 대법원이 코레일의 순환 전보 인사가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고 판결했는데도 순환 근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결국 대구역 사고는 근무자 기강 해이(解弛)와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가 빚어낸 '예고된 탈선(脫線)'인 셈이다.
철도는 하루 630만명이 이용하는 국민의 발이다. 특히 KTX는 운행 속도가 시속 300㎞에 이르러 한 번 삐끗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KTX는 작년 서울 영등포역에서 2.6㎞를 역주행했고, 재작년엔 김천 황악터널 안에서 기관 고장을 일으켜 한 시간 동안 멈춰 서 있기도 했다. 화재감지기, 배터리, 제동 호스, 난방기 고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80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고속철 탈선 사고는 기관사의 부주의 때문이었고, 2011년 40명이 사망한 중국 고속철 사고는 불량 부품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큰 사고는 우연히 생기거나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큰 사고 전에 반드시 여러 차례 경미한 사고나 실수가 반복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이다. 대구역 열차 사고도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에 대한 경고이자 예고다. 3만 철도 종사자들은 크고 작은 사고들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언젠가 국가적 재앙(災殃)이 닥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