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이 심상찮다. 잡스 생전 2인자였던 팀 쿡이 새로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지난 24일로 2주년. 미국 언론들은 "임기 2주년을 맞은 팀 쿡이 큰 도전에 직면했다"며 "새로 출시될 애플 제품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가 쏠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어떤 전문가는 "현재 애플의 가장 큰 문제가 팀 쿡"이라며 그의 리더십에 물음표를 표하기도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점유율이 삼성전자 같은 라이벌에게 밀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CEO가 실적 부진 끝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쿡 역시 '2인자 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시장 지배자' 애플의 몰락

LA타임스는 "팀 쿡의 임기 첫해 애플의 성적은 눈부셨다"고 썼다. 주가는 크게 올랐고, 새로운 제품들을 쏟아냈다. 작년 1월만 해도 360달러선에 거래되던 애플 주가는 700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햇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그동안 상승분은 물거품이 됐다.

애플 지난 1년간 주가 추이

이를 두고 애플이 이제는 과거 같은 '지배적인' 모습을 잃었다고 말한다. 잡스 시절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을, 아이패드는 태블릿 PC 시장을 호령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같은 라이벌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2분기 중국 태블릿 PC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28%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애플의 점유율은 49%.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반면 같은 기간 점유율을 두배 가까이 늘리며 11%를 기록했다. 시장조사회사 ICD리서치의 디키 창 애널리스트는 "삼성이나 레노보 등 안드로이드 기반 회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하면 혁신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시절도 옛 이야기가 됐다. 애플은 지난 26일 손목시계 형태의 신형 스마트 단말기 아이워치(iWatch)를 내년 하반기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은 경쟁 제품인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를 내달 4일 선보이겠다고 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애플은 차기 아이폰 모델인 '아이폰5C'로 저가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포화 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아이폰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며 "예전만큼 폭발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팀 쿡?

팀 쿡 애플 CEO

미국 유명 IT 전문 블로거 로버트 스코블은 IT전문매체 벤처비트(venturebeat)와 가진 인터뷰에서 "애플의 가장 큰 문제는 팀 쿡"이라고 말했다. 그는 "쿡은 미래 혁신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숲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인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팀 쿡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는 스코블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대개 애플의 전 CEO인 잡스와 비교하며 "존재감이 없다"고 지적한다. 로이터는 23일 보도한 팀 쿡 CEO 분석 기사에서 "그는 철저하게 수익이나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 방식을 선호한다"며 "전임자인 잡스와 차이점이 많다"고 전했다. 잡스가 감성적이고 외향적인 CEO였다면, 쿡은 이성적이고 내성적인 CEO라는 것. 이 때문에 직원들은 회의에서 그의 감정을 읽기 어렵다며 쿡이 권위적인 경영방식을 고집한다고들 불평한다.

뉴욕매거진은 최근 MS에서 이직을 선언한 스티브 발머에 쿡을 견주었다. 두 사람 다 카리스마를 가진 전임자를 뛰어넘어야 하는 이른바 '2인자 증후군'에 시달린다는 것. 발머는 빌 게이츠, 쿡은 잡스라는 큰 그림자를 벗어 던져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이들은 이전 CEO들이 혁신적인 제품으로 회사를 세상에 알린 것과는 달리, 그저 기존 히트작을 소형화, 개량하는 안정적인 전략을 고수했다고 뉴욕매거진은 전했다. 아이패드 미니나 금테 아이폰 같은 것들이 대표적 사례다.

애플 사내 분위기도 좋지 않다. 최근 직원들 사이에 달라진 경영 문화에 불만이 쌓이면서 많은 핵심 인력들이 이미 회사를 나갔거나 이직을 준비 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애플은 최근 이런 불만을 깨닫고 직원들의 사기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 애플 과도기 거치는 것…차기작이 관건

쿡이라고 뭇매만 맞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쿡의 애플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기업 문화를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것들"이라며 "쿡의 팬들 입장에서는 조직적이고 현실적인 그의 경영 스타일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가 투명 경영을 선언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쿡은 올해 애플이 탈세 혐의에 휩싸였을 때 적극적으로 합법성을 변호했다. 하지만 이후 "사회적으로 애플이 세게에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변화는 중국 하청업체들에 대한 단속에서 드러난다. 중국 하청업체들이 불법 또는 열악한 고용 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르자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잡스 시절 한 번도 풀지 않았던 배당금도 지급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진화해나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IT 전문매체 스테이블리 타임스(Stabley Times)는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 차기작과 차세대 아이폰 6가 쿡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전까지는 그가 잡스의 유산으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팀 쿡 체제 애플의 정체성을 알릴 제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스테이블리 타임스는 "iOS7과 아이폰 6의 성공과 실패가 쿡의 임기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