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2차 민방위 훈련이 열린 지난 21일 오후 2시 '에엥~' 하고 사이렌이 울리자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 내에 있는 중앙민방위 경보통제소 상황실에 있던 이진형 주무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 주무관은 "국민 여러분, 여기는 소방방재청 중앙민방위 경보통제소입니다. 지금부터 훈련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TV와 라디오 등을 통해 전국에 퍼져 나갔다.
지난 1972년 1월 15일 제1차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고 나서 지금까지 이 목소리는 거의 똑같이 들린다. 착 가라앉은 톤이지만 날카로운 음색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호흡도 일정해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 같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중앙민방위 경보통제소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3명의 남성 공무원이 생방송으로 내는 것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이들은 평소 공습경보를 알리는 멘트를 일정하게 내기 위해 연습을 하고, 민방위 훈련이 있을 때마다 돌아가면서 마이크를 잡는다. 소방방재청 우성현 민방위과장은 "실제 전쟁이 나면 그 상황에 맞게 경보를 발령해야 하는데, 녹음기를 틀어놓을 수 없다"며 "이들이 공습경보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하는 것도 훈련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흘에 한 번꼴로 방송 연습을 한다고 한다. 정확한 호흡과 발성을 위해 KBS 아나운서실에서 교육을 받기도 한다. 경력 15년인 이 주무관은 "생방송이니만큼 발음을 똑바로 하기 위해 볼펜을 입에 물고 연습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방송을 하는 이들은 약 2~3년 주기로 보직을 이동한다. 임경호 중앙민방위 경보통제소장은 "지금까지 41년 동안 이 목소리를 낸 사람은 25명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