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미식축구선수 4500여명이 현역 시절 시합 중에 입은 뇌손상을 보상해 달라며 미 프로풋볼연맹(NFL)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7억6500만달러(약 8600억원)를 받고 합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 보도했다.
NFL은 선수들에게 병원 진료비와 보상금을 지급하고 선수 보호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NFL은 보상액을 지급키로 한 것이 선수들의 뇌손상에 대한 연맹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일부 선수들은 시합 중에 입은 부상 때문에 조기 사망했거나 장애를 입은 사람에 대한 보상으로는 너무 적은 액수라며 반발하고 있어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펜실베니아 동부 지방법원은 양측이 2개월간 협상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합의를 중재한 전 지방법원 판사 레인 필립스는 성명에서 "역사적인 합의"라며 "수천명의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걸어 질질 끄는 대신 마음을 모아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안이 통과된다면 미국 프로풋볼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합의안은 지방법원 판사 아니타 브로디의 승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총 금액 7억6500만달러에서 6억7500만달러는 은퇴 선수와 가족들에게 지급된다. 개인 지급액 최고 한도는 500만달러로 책정됐다. 루게릭병에 걸린 선수는 최고 한도액을 받게 되고, 파킨슨 또는 알츠하이머 등 인지 장애를 앓고 있으면 400만달러, 치매에 걸린 선수들은 300만달러가 지급된다. 나머지 7500만달러와 1000만달러는 각각 진료비와 연구 교육 기금으로 쓰인다. WP는 합의액 절반 정도가 앞으로 3년 안에 지급되고 나머지는 17년에 걸쳐 지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NFL은 이번 합의가 선수들의 뇌손상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며 "선수들의 부상이 미식축구 때문이라고 인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선수들의 부상에 관련된 내부 문서를 공유해야 한다는 책임도 없다고 했다.
합의금 규모를 두고서도 논란이 많다고 WP는 전했다. 당장 진료비가 모자랐던 선수들은 보상비 혜택을 볼 수 있게 돼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NFL이 선수들 덕분에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보상액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라고 지적한다. 전직 NFL 선수 케빈 마웨이는 "2025년 NFL의 매출 예상액만 270억달러"라며 "이번 합의는 현재와 미래 선수들에게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WP 역시 이번 합의금이 "NFL의 한 해 수입에 비하면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가장 평가액이 낮은 팀인 오클랜드 레이더스의 가치(8억2500만달러)에도 못 미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