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자 발언대 '비(非)노블레스들의 오블리주'는 요사이 해이해진 지도층의 책임의식을 꼬집고,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이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십분 동감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물론 적지 않은 수의 구(舊)황족·귀족들이 '평민' 출신의 독립운동가들마냥 온몸을 던져 일제에 항거하지 않았던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배계급으로서의 책임감이 없었다고 매도될 만큼 절대다수의 황족·고관대작들이 그저 식민통치에 순응하고 협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방법이 달랐을 뿐 적잖은 황족·귀족들이 일제의 강압에 저항했다.
우선 '노블레스'의 정점인 고종 황제는 알다시피 헤이그 특사 파견, 각국 정상에게 비밀 서한 발송 등 외교 무대에서 치열하게 싸웠으며, 황자인 의친왕(義親王)은 상해로 탈출하려다 일제에 붙잡혀 작위를 박탈당했고, 운현궁의 이우 공(公)은 일제의 패망이 임박해 오자 서울로 돌아와 광복을 위해 일하려 했지만 히로시마에서 원자탄 피폭으로 서거했다. 또한 이회영·이시영 선생 외에도 일제에 항거한 김가진·김좌진 등 작위를 거절한 이들도 여럿 있었다. 꼭 무장투쟁을 하거나 해외로 망명해 항일투쟁을 해야만 독립운동이라는 오블리주를 실천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새로운 '노블레스'들의 새로운 '오블리주'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한 시대 앞서 먼저 '오블리주'를 행했던 사람들을 올바로 평가하고 또 이어가야 할 것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일제에 항거했던 '노블레스'들이 우리 상식보다 많았다는 데 긍지를 갖고, 새로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계승 발전해 가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김영익·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