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단짝이던 두 중년여성, 친구 아들과 육체 관계에 빠져…근친상간에 까까운 파격적 설정
황당한 듯한 스토리로 여성의 감춰진 욕망 드러내…흥미·의미 두 토끼 잡아내는 영리한 틈새영화

“살다 살다 별 영화를 다 봐…” 영화 ‘투 마더스(Adore, Two Mothers· 앤 폰테인 감독)’를 보고 나온 한 중년 여성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오더군요. 그 만큼 이 영화 파격적입니다. 소녀 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내온 두 중년 여성이 친구의 아들과 육체관계에 빠지는 내용이니까요. 그 중 한 여성은 멀쩡한 남편이 있는데도 친구 아들과 침대에서 뒹굽니다. .

영화의 쇼킹함은 20여년의 나이차를 넘어선 육체 관계에만 있는게 아닙니다. 두 여성들에게 청년들은 젖먹이 때부터 보아온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청년들에게도 엄마의 친구란 이모처럼 가까운 아줌마들이었죠. 그런 남녀의 베드신은 근친상간 버금가는 충격으로 다가옵니다.요즘 유행하는 ‘연하남 연상녀’신드롬의 극단적 케이스 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사실 엄마뻘 여성과 청년의 ‘연애’를 다룬 영화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여교사와 남학생이 금지된 사랑에 빠져 육체 관계를 맺는 스웨덴 영화 ‘아름다운 청춘’(1995년작)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투 마더스’속 파격 커플의 관계란 ‘아름다운 청춘’과도 사뭇 다릅니다.‘아름다운 청춘’에서는 남녀의 연애 감정이 느껴진다면 ‘투 마더스’의 커플들은 육체적 욕망에 충실합니다.

릴(나오미 왓츠)과 로즈(로빈 라이트)는 자매처럼 서로를 위하며 살아왔습니다. 릴이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되자 친구 로즈는 릴과 아들 이안(자비에르 사무엘) 모자를 보살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청년 이안은 좀더 가까이 다가온 엄마 친구 로즈에게 끌립니다.마침내 청년은 아줌마에게 돌진하며, 당혹스러워하던 로즈도 매력적인 사내로 성장한 이안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합니다.

하필이면 이 파격적 관계를 로즈의 아들 톰(제임스 프레체빌)이 곧바로 알아차립니다. 엄마가 자기 친구와 섹스한 사실에 놀란 톰은 마치 복수라도 하듯 릴(나오미 왓츠)에게 키스합니다.이렇게 네 사람이 얽혀듭니다. 사랑이라기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남녀의 몸짓입니다. 이 믿기 힘든 욕망의 드라마가 호주 해변 그림 같은 풍광 속에서 벌어집니다 .네 사람은 함께 모여 모든 일들을 대놓고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어 버립니다. 로즈와 남편과의 관계에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파격적 육체관계는 점입가경입니다. 중년의 엄마들이 아들들에게 새로 생긴 젊은 여자들과 연적(?敵)이 되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이런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한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막장 드라마’입니다.

막장 드라마가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관객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 자극성의 수위(水位)를 최고로 높이는 겁니다. 리얼리티 같은 건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막장 드라마의 특징으로 인물간 관계가 얽히고 설켜 복잡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토리에 ‘출생의 비밀’이 빠지지 않습니다.놀랍게도 막장 드라마는 우리 영화 역사 초창기부터 있었습니다.1924년 조선키네마사의 첫 작품 ‘해의 비곡(海의 秘曲)’에선 서로 사랑하게 된 남녀가 실은 이복 남매였다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자 함께 세상을 떠납니다. 이 영화가 흥행에 크게 히트했다니 자극적 스토리에 열광하는 대중들 취향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자극성의 정도로만 보면 ‘투 마더스’는 웬만한 막장 드라마를 능가합니다. 하지만 ‘투 마더스’가 과연 ‘안 보는게 나은 듯한’ TV의 진부한 막장드라마나 2류 에로영화 수준에만 머무는 영화일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스토리 전개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없지 않지만, ‘투 마더스’는 크게 봐서, 있을 법한 스토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성(性)에 관해 좀더 개방적인 서방에서라면 영화 속과 같은 일이 있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파격적 섹스의 묘사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에로영화도 아닙니다.

아들뻘 남자와의 육체적 사랑이라는 극단적 스토리는 우리들 감춰진 욕망의 맨 얼굴을 선명히 드러내 보여줍니다. 아들뻘 청년들과 얽히게 된 두 여성들은 처음엔 무척 곤혹스러워합니다.“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선을 넘었어. 다시는 이러지 말자”고 합니다. 그러나 젊은 육체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뿐입니다.

영화 ‘투 마더스’는 ‘여성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 소설 ‘그랜드 마더스(The Grandmothers)’원작으? 하여 여성감독인 앤 폰테인이 철저히 여성의 관점에서 풀어냈으니, 영화의 골격에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특히 공감할만한 묘사들이 많습니다.

영화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들을 잠시 체험시키며 대리만족을 안기는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여성 관객들, 특히 나이 든 여성 관객들에게 ‘투 마더스’만큼 놀라운 판타지도 드물 듯합니다. 빛 바래가는 젊음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극중 두 여성은 욕망이 이끄는 대로 몸을 던집니다. “행복해.… 두렵지만 멈추긴 싫어”라는 릴의 대사가 귓전에 남습니다.

한마디로 ‘투 마더스’는 ‘막장’스토리로 관객을 자극하면서도 인간과 삶의 단면에 관한 진지한 접근을 빠뜨리지 않고 있는 영화입니다. 황당무계한 에로영화라기보다는 흥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보려고 의도적으로 기획된 영리한 ‘틈새영화’처럼 보입니다. 적나라한 육체적 욕망의 묘사를 B급 에로 영화의 전유물로만 여기는 듯한 우리 영화계가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