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7일 지금 중학 3학년이 수능시험을 치르는 2017학년도 입시부터 모든 수험생이 반드시 국사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월 10일 "역사는 국민의 혼(魂)과 같은 것"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과목은 (시험의) 평가기준에 넣어야 한다"고 말한 후 '국사 수능 필수'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지난해 수능에서 전체 62만1336명 가운데 국사를 선택한 수험생은 7.1%인 4만3918명에 그쳤다. 수험생이 국사를 외면하다 보니 국사를 1학년 한두 학기에 벼락치기로 가르치고 끝내버리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야스쿠니 신사가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 못 하고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를 구분 못 하는 학생이 생겨나는 걸 두고 역사교육의 부실(不實)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학 입시가 중·고교 교육을 좌우하는 우리 현실에서 수능 필수과목 지정은 그나마 국사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와 역사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은 대학입시에서 일본사 선택 비율이 40%에 이르고 중국은 인문계 대입에서 중국사를 필수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한다고 해서 부실한 역사교육이 저절로 제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전교조는 '국사 수능 필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교조는 지금까지 역사 수업을 통해 수능시험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이나 학부모 간섭도 없이 마음껏 의식화 교육을 할 수 있었다. 이들이 가르치는 한국사 교과서의 상당수는 대한민국을 태어나선 안 될 나라로 보는 좌파 사관(史觀)에서 나온 것들이다. 국사교육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사관이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마련하고 이를 바른 교수법으로 가르쳐야 한다. 우리가 이룩한 성취에 자긍심을 가지면서 역사의 빛과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교과서가 먼저 편찬돼야 한다.

과거 국사 교육은 우리 역사가 세계사와 담을 쌓고 마치 고립된 섬에서 이어져 온 것처럼 가르쳤다. 세계사는 또 동양사와 서양사로 쪼개 가르쳤다. 이는 정상이 아니다. 학생들이 세계사를 통해 한국사를 이해하고 한국사를 통해 세계사를 알게 될 때 국제화 시대를 헤쳐나갈 감각도 키울 수 있다.

국사가 수능 필수가 되면 국사가 암기 과목으로 전락하고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걱정도 많다. 정부와 교육계는 이런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실의 역사 수업이 학생들에게 만족을 주려면 무엇보다 국사를 재미있고 충실하게 가르칠 수 있는 양질(良質)의 교사들을 많이 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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