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이자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26일 미국 정부의 시퀘스터(Sequester·예산 자동 삭감)로 국방비가 줄어들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 국방 예산 삭감이 미국의 전략적 입장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과 아시아에 대한 기여가 (미국의) 최우선 정책이기는 하지만 조만간 시퀘스터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미군의)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시퀘스터로 국방 예산이 감축되더라도 한국 등 전진(前陣) 배치 인력에 대해서는 예외라고 밝혀온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베트남전 등에 참전했던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외교·안보통이다. 일본·중국·한국·몽골 등 4개국 순방 일환으로 방한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면담했다.

매케인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가한 미 상원 예산위원회 소속 셸든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민주·로드아일랜드)도 "시퀘스터로 인한 방위력 재조정이 있을 예정"이라며 "높아진 한국의 자립도 역시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군사 자립도가 높아진 만큼 미국의 국방비를 줄일 때 이를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미 상원의원 방한 기자회견에서 존 매케인 의원은“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케인 의원이 한국을 찾은 것은 1990년 이후 23년 만이다. 당시 조지 H W 부시 정부는 탈냉전과 재정적자 심화로 주한미군 감축·국방비 삭감을 추진했고, 매케인 상원의원은 주한미군 규모를 유지하되 한국이 추가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불미스러운 때도 있었지만 오랜 우방 관계로 알고 있다"며 "한·미·일이 힘을 합쳐 미래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힘겨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매케인 의원이 지목한 도전은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었다. 그는 "북한에서는 젊은 지도자가 모호한 행동을 하면서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하고 있고, 중국이 남중국해 등에서 자기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라며 "중국이 이 지역(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분쟁을 벌이는 것은 한국과 일본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위협"이라고도 했다.

그는 동아시아 긴장의 책임이 일본에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위안부(일본군 성노예)처럼 너무나 명확하고 끔찍한 문제가 있다"며 "아픈 기억과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미·일 안보 동맹을 역설한 매케인 의원은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다. 그는 "오늘날 세계의 현실은 일본의 평화헌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와는 달라졌다"며 "일본의 헌법 해석 변경은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북한이 평화조약 체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체결될 가능성은 없다"며 "우리는 인권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인권 문제가 해결돼야만 평화협정이 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