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 업체인 삼성메디슨이 서울 강남의 2000억원대 빌딩 소유권 관련 소송에서 져 건물을 비워줄 위기에 놓였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메디슨이 '건물 매매 계약 해제의 책임이 있으니 계약금 등을 돌려달라'며 박기택(57)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은 과거의 계약 상태가 아직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결, 예전에 건물을 소유했던 박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삼성이 메디슨을 인수(2011년)하기 전인 2008년 벌어진 일로 삼성도 '피해자'일 수 있다.
박 변호사와 메디슨은 함께 대치동 땅 5035㎡(1523평)에 9층 빌딩을 지었다. 2008년 메디슨은 박 변호사에게 920억원을 주고 건물 전체를 사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메디슨은 계약금 등 40억원을 주고 난 후 "박 변호사가 건물에 걸린 압류 해제 등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공매를 거쳐 이 건물을 사들였다. 그러면서 상대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제됐으니 계약금 등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2심에선 메디슨이 이겼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 변호사에게 압류 제거 등을 이행할 의무가 있으나, 메디슨도 동시에 잔금 지급 의무를 다해야 한다"면서 "메디슨이 '잔금을 치르겠다'고 제시한 은행 대출 승인서에 문제가 있는데 원심은 이를 전혀 살펴보지 않았다"고 했다. 메디슨도 계약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박 변호사에게 계약 해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메디슨이 불법으로 건물을 뺏었다"면서 "과거 메디슨 임원들을 검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곧 건물을 비우라는 소송을 하겠다"고 했다. 검사 출신인 박 변호사는 2011년 삼성에 메디슨 주식 4800만주를 넘긴 칸서스 사모펀드를 상대로 1786만주를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삼성메디슨 측은 "확정판결이 아니라 파기 환송심이 남아 있다"며 "계약 과정에 박 변호사 측의 잘못이 많아 이번 판결만으로 건물 소유권이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