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수트는 예민하고 날렵하다. 그녀의 손길과 숨결이 닿은 결과다. 그녀의 이름은 프리다 지아니니(Frida Giannini·41). 2002년 이탈리아 패션 회사 구찌(Gucci)에 찾아온 운명의 여성이었다.

프리다 지아니니, 구찌에 '활력'을 더하다

구찌 제공 ‘메이드 투 메저’ 방식으로 만드는 구찌의 맞춤 수트. 고객이 원단의 소재와 빛깔, 실과 패턴을 고르면, 고객의 몸을 정확하게 측정해 한 벌의 정장으로 완성한다.

2000년대 초반, 구찌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디자이너 톰 포드(Ford)가 떠난 자리, 구찌는 단단한 정통과 첨단의 감성을 교직(交織)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찾았다. 바로 이 무렵 구찌로 발걸음을 옮겨온 여성이 프리다 지아니니다. 1997년부터 펜디에서 여성복 디자인을 했던 프리다는 2002년 구찌에서 여성 핸드백 디자인을 시작한다.

그녀의 작업은 탁월했다. '플로라 백' 같은 구찌의 대표작을 새롭게 재해석해 시장에 내놓으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구찌의 오래된 뿌리 위에 활력과 생명력을 덧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후 프리다의 성공은 가파르다. 2005년 모든 액세서리 라인과 여성복을 총괄하는 디렉터 자리에 오르더니, 2006년 1월엔 남성복 디렉터까지 역임하게 됐다. 4년 만에 구찌의 모든 라인을 총괄하는 단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오른 것이다. 특유의 예리한 판단과 감각으로 프리다는 그렇게 92년 된 회사 구찌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선사했다. 그리고 2011년 11월 프리다는 전 세계 남성을 위해 새로운 맞춤 수트를 제안한다. 프리다는 "남자를 위한 궁극의 옷을 만드는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궁극의 남성 수트, 구찌 'MTM'

영화배우 겸 감독 제임스 프랑코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지아니니와 함께 레드카펫에 선 모습(왼쪽). 배우 겸 감독 벤 에플렉(가운데)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오른쪽). 모두 구찌의 MTM 맞춤 수트를 입고 있다.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옷의 틀을 그대로 가져오되,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맞춰 새롭게 맞춤 테일러링을 제공한다. 구찌는 이를 '메이드 투 메저(Made to Measure)' 서비스라고 부른다. "82가지 원단이 준비돼 있습니다. 고객은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빛깔과 소재를 조합해 178가지 형태의 옷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수가 있죠. 고객의 몸을 정확히 측정해 몸에 착 달라붙도록 수트를 제작합니다."

울·캐시미어 같은 정통 소재로 만든 수트는 물론이고, 실크·새틴·벨벳·베이비 라마 같은 소재로 만든 이브닝 수트도 제작할 수 있다. 고객 이름이나 이니셜을 수놓은 라벨도 맞춤으로 따로 제작한다. 한 번 옷을 맞추는 데 드는 시간은 대략 10주. 완성된 옷은 특별 제작한 목제 행거와 가방에 포장된다.

유명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제임스 프랑코(Franco), 스페인 출신 영화배우 하비에르 바르뎀(Bardem) 등은 구찌의 MTM 서비스로 만든 옷을 즐겨 입는 인물로 유명하다. 제임스 프랑코는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를 볼 때도 맞춤 제작한 구찌 수트를 입고 무대에 섰고, 바르뎀은 천연 소재와 재활용 원단으로만 만든 구찌의 '친환경 맞춤 수트'를 입고 2012년 10월 영화 시사회 레드카펫 무대에 서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2012년부터 MTM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9월 3~4일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온 수석 장인이 VIP 고객을 위해 직접 옷을 맞춰주는 시간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