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와 있다는 특별한 문구도, 특별한 보안도 없다. 대통령도 휴가차 와 있을 뿐, 다른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누가 와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지난 여름휴가를 가족과 함께 케이프코드(cape cod)로 다녀왔다. 케이프코드는 매사추세츠주의 동쪽 끝에 대서양을 향해 돌출해 있는 곶으로, 마서스비니어드(Martha’s Vineyard)섬과 마주 보고 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 주간조선 기자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혹시 오바마 대통령 일가의 단골 휴가지인 마서스비니어드섬에 가본 일이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나는 “마서스비니어드섬은 못 가보고 그 앞에 있는 케이프코드는 가봤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주간조선 기자는 “그 섬에 한번 들어가보고 왜 미국 대통령들이 그 섬을 좋아하는지 써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해왔다. 그래서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마서스비니어드섬을 주말에 가보기로 했다.
정말, 왜 미국 대통령들은 이 섬을 좋아할까? 멀게는 존 F 케네디부터 빌 클린턴, 부시에 이어 오바마까지. 재선을 위해 전력투구하던 2012년 여름을 제외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여름 휴가지로 무려 네 번이나 이 작은 섬을 골랐다. 매년 이곳을 찾은 셈이다.
마서스비니어드는 미국에서 58번째 큰 섬이면서 미국 본토와 다리나 터널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동부 연안의 섬 중에서는 가장 크다.
평소에는 약 1만6500명이 상주하고 있지만 여름만 되면 10만명 이상이 섬에 몰려든다. 이곳에 별장을 가진 사람, 그냥 잠시 쉬러 오는 사람, 그런 사람들 덕분에 늘어난 임시 일자리를 찾아오는 사람 등이다. 그래서 마서스비니어드는 여름이 되어야 비로소 살아 숨쉬는 곳으로 변한다.
미국 원주민이 살던 이 섬을 백인에게 알린 사람은 바돌로뮤 고스놀드.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1602년 그가 최초로 이 섬에 도착한 후 야생포도 넝쿨이 우거져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딸 마서의 이름을 따 '마서의 포도밭(Martha's Vineyard)'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도 하나의 설일 뿐, 아무도 왜 이 섬이 마서스비니어드가 되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육지와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곳을 찾아가려면 비행기 혹은 배를 이용해야 한다. 굳이 차를 가지고 가고 싶다면 페리를 이용하면 된다. 비행기는 어디에서나 출발할 수 있지만 배로 가는 것은 로드아일랜드와 케이프코드를 통해서 가는 것이 최선이다.
케이프코드에는 수로 위에 놓여 있는 다리가 3개 있다. 하나는 철길이고, 나머지 두개는 차량용으로 각각 사가모어(Sagamore), 보니(Bourne) 다리로 불린다. 똑같이 생긴 두 다리는 모두 토목의 전성기였던 1930년대 작품이다.
지난 8월 18일, 일요일이지만 나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 케이프코드에서 오전 8시15분에 출발하는 마서스비니어드행(行) 페리를 타려면 보스턴에서 오전 5시3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 아무런 예약도 없이 불쑥 나서다 보니 마음 한편으로 불안하다. 더군다나 지금 이 섬에는 미국 대통령이 와 있지 않은가 말이다. 얼굴 사진이 들어있는 신분증을 챙기고, 혹시라도 검문검색에 걸릴 만한 물건들은 모두 제외시킨다. 공항의 검문검색을 생각하면 수백 명이 타고 가는 페리의 검문검색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괜한 일로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무지개 같은 사가모어 브리지를 건너자마자 마서스비니어드섬으로 떠나는 페리터미널이 있는 우즈홀(Woods Hole)로 가기 위해 남쪽으로 차를 달린다. 커다란 나무 사이로 케이프코드 수로가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조류가 바뀔 때면 이 수로의 유속은 시간당 8~9㎞라는데, 실제로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면 거대한 강물이 흘러가는 것 같다. 페리터미널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7시 반쯤. 섬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터미널은 벌써 붐빈다. 승선을 기다리는 차량 행렬도 길게 늘어서 있다. 우선 밀고 들어간다.
"예약했습니까?"
"안 했는데요."
"차 가지고 섬으로 갈 예정입니까?"
"네."
"그러면 저 임시주차장으로 가서 여기 이 번호로 전화해서 대기순번을 받으세요."
임시주차장으로 들어간다. 받은 번호로 전화하니 자동안내방송이 나온다. 미국 생활은 바로 이 전화자동안내를 인내하는 과정이다. 잠시 고민하다가 차를 두고 가기로 한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정말 주차할 곳이 없다. 괜한 고집은 언제나 비용을 수반한다. 진작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다시 아까 그 주차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다가 배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더구나 보안검색도 있을 텐데. 셔틀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다시 도착하니 오전 8시. 겨우 15분 남았다. 16달러를 내고 왕복티켓을 샀다. 탈 수 있을까? 검색대가 어디 있지? 여기는 보안검색은 안 하나? 대통령이 있는 섬으로 가는데 이렇게 허술해도 되나? 어딘가 있겠지.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신분증 검사도, 짐 검사도, 엑스선 투시도, 아무것도 없다. 차도 그냥 배 안으로 쑥쑥 들어간다. 이래서 '자유의 나라'라고 하나?
페리터미널과 비니어드헤븐 사이를 오가는 여객선 ‘아일랜드홈’은 수백 명의 승객과 수십 대의 차를 싣고 항구를 나섰다. 배를 타고 가는 시간은 대략 40분. 배는 1시간 혹은 1시간15분 간격으로 있다.
바로 눈앞의 섬으로 가는 것이니 그렇게 큰일도 아니다. 워낙 큰 배라 흔들림이 하나도 없다. 속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새벽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허기를 달래려 커피를 한 잔 산 다음 갑판으로 올라간다. 뱃전으로 시원한 바람이 스친다. 아, 이 배가 빨리 달리는구나. 나는 여객선의 덩치가 너무 커서 느리게 갈 줄로 알았다. 바람이 만만치 않다. 집에서 준비한 긴팔셔츠를 걸쳤다.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 앉아 커피를 음미한다. 세상의 온갖 걱정이 다 사라지는 것 같다. 이런 호사가 없지 싶었다.
갑판에서 멀리 보이는 그 섬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무엇이 미국 대통령들을 이곳으로 오게 했을까? 이 섬은 어떤 매력을 숨기고 있길래 케네디 가문은 질기도록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비니어드(Vineyard)라는 이름에 걸맞게 얼마나 많은 포도밭이 있을까? 포도밭이 있으면 포도주도 넘쳐나겠지. 작렬하는 태양과 눈부시게 빛나는 푸른 바다, 하얀 모래밭과 포도주, 상상만 해도 마서의 포도밭은 가슴을 뛰게 한다. 대통령인들 거부할 수 있을까, 이 유혹을.
이 섬이 세인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아무래도 케네디 가문의 덕이다. 케네디 대통령(1917~1963)은 케이프코드의 하이애니스포트에 집이 있었다. 여름이면 그곳에서 휴가를 보내며 마서스비니어드섬을 향해 요트를 몰았다. 그의 부인 재클린은 마서스비니어드섬에 나중에 집을 샀다. 존 F 케네디의 막내 동생이자, 케네디 삼 형제의 마지막 주자로 대통령에 도전하려 했던 에드워드 케네디(1932~2009)는 1969년 그의 별장이 있는 차파퀴딕(Chappaquiddick)섬에서 차를 타고 가다 조수석에 있던 여비서가 죽은 스캔들로 인해 대통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차파퀴딕섬은 마서스비니어드섬 인근의 작은 섬이다. 백악관의 아버지 책상 밑에서 장난치고 있는 사진으로 유명한, 존 F 케네디의 아들 존 F 케네디 주니어는 1999년 뉴욕에서 경비행기를 직접 몰고 오다 바로 이 섬 앞에서 추락했다. 존 F 케네디 주니어는 부인과 함께 사망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뱃고동이 한 번 크게 울렸다. 이제 곧 도착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하늘과 섬과 바다와 그 속에 점점이 놓인 요트와 보트들. 비니어드헤븐! 천국이 따로 없었다.
다리나 터널로 연결된 겉무늬만 섬인 곳과는 다른 완벽한 섬.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다. 그래선지 배에서 내리는 순간 왠지 모를 해방감이 밀려온다. 강화도보다 조금 작은 섬. 차가 없으니 이 섬을 어떻게 둘러본단 말인가. 바로 그때 눈에 번쩍 뜨이는 허츠(Hertz). 세계적 렌터카 회사의 로고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차 있습니까?"
"지금 준비 중입니다. 청소 끝내고 기름 채워 넣고 하면 30분 정도 걸립니다."
"시간 단위로 빌릴 수 있습니까?"
"아뇨. 캘린더데이(Calendar Day)로만 빌려드립니다."
"무슨 뜻이죠?"
"매일밤 12시가 넘으면 1일 사용료가 추가됩니다."
"얼만데요?"
"120달러입니다."
이런, 하루에 120달러나 하다니. 값이 부담스러워 렌터카를 포기하기로 했다.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자전거 대여소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자전거 대여소로 갔다.
"자전거 시간 단위로 빌릴 수 있습니까?"
"캘린더데이로만 빌려줍니다."
"얼마입니까?"
"25달러입니다."
값은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은근히 걱정이 됐다. 큰 섬을 자전거로 둘러본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중간에 지쳐 퍼지기라도 하면 큰일 아닌가. 다른 방법을 찾기로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관광안내소가 눈에 들어온다. 터벅터벅 걸어서 관광안내소를 찾아간다. 노부인이 묻는다.
"처음이세요?"
"네."
"어디를 특히 가보고 싶으세요?"
"오바마가 있는 곳이요."
"아, 지금 대통령은 여기(섬의 남서쪽 부분을 가리키며)에 있는데 이 구간부터 이 구간까지는 교통통제 구간이라 갈 수가 없어요."
"어, 나 거기 가봐야 하는데."
"내일부터는 가볼 수 있어요. 대통령이 떠나거든요."
"섬을 어떻게 둘러볼 수 있습니까?"
"버스를 이용하세요. 데이패스(day pass)가 좋아요. 싸고. 7달러밖에 안 하거든요."
안내소 직원은 버스노선표와 운행시간, 연계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6개의 타운으로 이뤄진 이 섬은 각 타운을 연결하는 버스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한 개의 버스가 전체 구간을 다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구간만 운행하고, 다음 구간은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나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전체 섬을 다 둘러볼 수 있는 스케줄을 만들었다. 버스 연계가 잘 되어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마서스비니어드에서 가장 큰 도시는 비니어드헤븐이다. ABC 가족 채널에서 방영 중인 리얼리티쇼 '더 비니어드'의 중심배경이기도 하다. 이 쇼와 함께 혜성같이 등장한 브랜드가 '더 블랙독(The Black Dog)'. 마서스비니어드가 본적인 종합패션브랜드이다.
골목 어귀, 하얀 천막을 쳐놓은 곳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얼른 달려가 보니 아트쇼를 하고 있다. 이 섬에 사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놓고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다. '완전 정가판매, 가격은 더이상 묻지 말 것'이라는 안내 문구가 입구에 써 있다. 워낙 싼 가격에 팔다 보니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듯 네댓 개를 집어든 사람도 눈에 띈다. 웅성거렸던 이유는 개장 시간에 맞춰 먼저 좋은 작품을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미리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살펴보았지만 아무래도 내 취향과 맞지 않아 아트쇼 현장을 나왔다.
다시 다른 길로 올라가다 조그만 배너가 눈에 확 들어온다.
‘President and Mrs. Obama, Welcome Back.’(오바마 대통령과 영부인,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합니다.)
누가 저런 것을 걸어 놓았을까? 거리를 가로지르는 현수막도 아니고 앙증맞게 배너를. 가까이 가보니 바로 이곳, 마서스비니어드 상공회의소에서 걸어 놓았다. 무심코 봤으면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크기였다. 주민들 대부분이 서비스업에 종사하다 보니 상공회의소 활동이 활발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여기 대통령이 와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대통령이 와 있다는 특별한 문구도, 특별한 보안도 아무것도 없다. 대통령도 휴가차 와 있을 뿐, 여기 휴가 와 있는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이거나,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여기에 누가 와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가만 둘러보니 나 혼자만 바쁘게 왔다갔다 하지 다들 느긋하기 짝이 없다. 하긴 여기까지 와서 바빠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대통령이 있다는 곳으로 먼저 가보고 싶지만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반대쪽으로 움직이기로 한다. 대통령은 ‘웨스트 티스베리’에서 칠마크(Chilmark)로 가는 사우스로드(South Road) 근처에 체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길은 차단되어 있어 아무도 갈 수 없다.
먼저 1번 버스를 타고 에드가타운을 가보기로 했다. 20여분의 짧은 거리. 가는 중간의 풍경은 특별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평범함 그 자체다. 주택들은 벽돌집이 대부분이었다. 케이프코드 스타일이라고 하는 지붕이 경사진 형태였다.
에드가타운의 등대는 1828년에 세워진 이래 지금도 여전히 밤이면 뱃길을 밝혀주고 있다. 1642년 초기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이 도시는 처음에는 그레이트 하버라고 불렸다. 그러다가 세 살 때 죽은, 잉글랜드왕 제임스 2세의 아들 에드가를 기리기 위해 1671년 에드가타운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상주인구 4000여명의 이 조그만 어촌마을도 고래잡이가 한창이던 1800년대 초반 한때 세계적 명성을 날렸다고 한다. 전 세계의 포경선들이 에드가타운으로 몰려들었다니 얼마나 볼 만했을까. 오바마 대통령이 재미동포 2명(김용 세계은행총재, 재미사업가 전은우씨)과 함께 골프를 즐긴 비니어드골프클럽도 바로 이 에드가타운에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여름휴가에만 무려 3번이나 이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고 한다.
1번 버스는 장애인용 승강기의 고장으로 10여분 지체되었다. 어떻게든 고쳐 보려고 땀을 뻘뻘 흘리던 기사는 결국 포기하고 본사지원을 요청한다. 승객들도 모두들 별말 없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이렇게 고장날 것이라고 상상도 못한 기사가 길을 막고 있는 바람에 그 길에서 나오던 다른 차량 기사들이 한 소리 하고 지나갈 뿐.
이제 6번 버스를 타고 대통령이 있다는 곳으로 이동한다. 찻길 옆으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이 정도면 자전거를 빌려서 다니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버스가 중간에 공항에 잠시 들렀는데 이 작은 섬에 이 정도 규모의 공항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만큼 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뜻이 아닐까.
웨스트 티스베리 마을회관 앞에서 내려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여기서 게이헤드 등대가 있는 아퀴나로 가는 5번 버스를 탄다.
이 5번이 원래 대통령이 쉬고 있는 곳으로 지나가야 하지만 도로차단으로 우회해야만 한단다. 이것이 '조그만 배너'와 함께 발견한 유이(唯二)한 대통령의 흔적이다.
게이헤드 등대 주변은 전형적인 섬 풍경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휴가 중 가족과 게이헤드 등대를 보고 갔다. <12쪽 사진 참조>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인지 수목들의 키가 작은 것들 뿐이고 그것마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멀리 백사장에 드문드문 피서객이 보인다.
섬 전체에는 대서양랍스터를 파는 식당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나는 허기를 느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 길에서 5.99달러를 주고 칠리핫도그로 점심을 해결했다.
게이헤드 등대는 1799년 불을 밝힌 이래 1844년 오늘날의 모습으로 재단장되어 지금까지 계속 뱃길을 지켜주고 있다. 이 섬에는 에드가타운 등대, 게이헤드 등대 외에 비니어드헤븐의 동서를 밝혀주는 웨스트촙 등대, 이스트촙 등대, 차파퀴딕의 동북쪽 끄트머리를 지키고 있는 케이프포그 등대 등 5개가 있다.
섬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비니어드헤븐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케이프코드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포도밭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내 포도주는 어디로 가버렸나. 마서스비니어드에 포도밭은 없다. 그러니 포도주도 없다. 이름만 보고 지레 기대만 키웠으니 이것도 순전히 내 잘못이다.
대통령들의 섬, 마서스비니어드. 그들은 왜 이 섬을 사랑하는 것일까. 이 섬의 백사장보다 더 뛰어난 백사장도 부지기수이고, 이곳의 바다보다 더 푸른 바다는 또 얼마며, 여기 골프장보다 더 멋진 골프장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특별히 매력적이지도 않고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은 그냥 섬에 불과한 것을.
아마도 그들은 능구렁이들이 득시글거리는 워싱턴에서 적당히 먼 곳이면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곧장 날아갈 수 있는 적당히 가까운 곳이라 여기를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그저 평범한 시민인 나로서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페리 선착장에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오늘이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