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대학 반란'을 완성했다.
고려대는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아마 농구 최강전 결승전에서 상무를 75대67로 누르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오리온스, KT, 모비스 등 '프로 형님'을 차례로 꺾고 올라온 고려대는 대학팀으론 처음으로 트로피를 들었다. 작년 1회 대회에서는 중앙대의 1회전 통과가 대학팀 최고 성적이었다. 고려대는 우승 상금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
대학 돌풍의 주인공인 고려대와 프로 출신 스타가 즐비한 상무의 결승전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던 옛 농구대잔치 시절을 방불케 했다. 평일 낮인데도 대회 최다인 6072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아시아선수권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매 경기 눈을 즐겁게 하는 플레이를 펼치면서 농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대회 평균 관중은 4721명으로 작년 대회(1781명)의 두 배가 넘었다.
국내 농구에 오랜만에 찾아온 '잔치'의 주인공은 고려대의 1학년 센터 이종현(19)이었다. 키 206㎝의 이종현은 결승전 40분을 모두 뛰면서 21점 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슛 12개 가운데 9개를 넣어 고감도 슛 감각을 함께 선보였다. 외곽에서는 3학년 가드 김지후(21)가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는 3점슛을 5개 성공시키면서 21점을 올렸다.
대회 MVP는 4경기에서 평균 22.3득점 14리바운드 2.3블록슛을 기록한 이종현이 차지했다. 기자단 투표 75표 가운데 74표를 얻었다. 부상으로 상금 300만원을 받은 이종현은 "많은 관중 앞에서 좋은 경기를 해서 기쁘다"며 "형들이 도와줘서 MVP가 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종현은 전날 작년 프로농구 챔피언 모비스와 벌인 준결승에서도 4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오후 늦게 경기가 끝나 하루를 채 못 쉬고 결승 무대에 다시 섰다. 고려대 이민형 감독은 경기 전 "이종현은 대학 리그, 동아시아선수권, 아시아농구선수권에 이어 이번 프로-아마 최강전까지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며 "체력적인 부분이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우려와는 달리 '괴물 센터'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이종현은 1쿼터 초반부터 적극적인 골밑 몸싸움으로 상무 센터 김현민을 일찌감치 벤치로 보냈다. 김현민은 1쿼터 6분 만에 파울을 3개 범했다. 이후 상무는 유성호와 김동량을 차례로 투입하는 총공세를 펼쳤지만, 이종현의 위력을 감당해내지 못했다.
주변을 놀라게 한 점은 체력뿐이 아니었다. 지난 20일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고려대와의 준결승이 끝난 뒤 "아직 공격을 풀어가는 개인 기술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종현은 이날 유 감독의 쓴소리가 무색하게 내외곽을 오가면서 득점을 쌓았다. 중거리 슛을 4개 던져 3개를 꽂았고, 상대 센터를 상대로 한 1대1 공격에서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종현은 "많은 걸 깨달은 대회였다"며 "아직은 유 감독님 말씀처럼 부족한 점이 많지만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