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돈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의 저자 서영은씨.

"비록 400년 전 작품이지만, 돈 키호테야말로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본질적이고 불멸인 가치는 자신의 몸으로 부딪쳐 경험할 때만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정보를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지만, 착각이죠. 비록 기사의 창이 우리 심장을 찌르더라도, 한번 몸으로 부딪쳐 봅시다. 이성을 넘어, 두려움을 넘어, 우리 모두 저 높은 곳을 향해 날아보자고요."

소설가 서영은(70)씨가 2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돈 키호테 때문이다. 한 달 동안 돈 키호테의 여정을 따라 스페인 라만차 지역을 '순례'하고 돌아온 작가는, 일종의 기행서이자 영적 순례기로 읽을 수 있는 책 '돈 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이채 펴냄)를 펴냈다. 괴짜 영웅 돈 키호테와 작가 세르반테스(1547~1616)의 삶에 스스로를 비추어보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함께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자는 취지다.

돈 키호테가 풍차를 보기 위해 떠나는 라만차는, 스페인에서도 가장 척박한 황야로 이름난 땅. 작가는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길이 생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라만차는 까마득하고 황량한 들판이었다"면서 "그 땅을 직접 운전하고 걸으면서 모든 것을 자신의 몸으로 부딪쳐 한발 한발 나아간 돈 키호테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되고 나면 우왕좌왕 어쩔 줄 모르는 요즘 세대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우리의 위태로운 미래를 예견해주는 것 같다는 것이다. 작가는 "기존에 알던 지식을 무화시키고, 우리 내면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돈 키호테야말로 그런 고민과 사유를 담은 책"이라고 했다.

올해는 그의 등단 45주년이자 1983년 '먼 그대'로 이상문학상을 받은 지 30년이 되는 해. 최근에는 많은 시간을 주로 여행하면서 보냈다. 지금까지 45개국 160개 도시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다음 달 20일에는 케냐 나이로비의 오지로 또 다른 '순례'를 떠난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작가의 나이 이미 칠순. 오지를 찾기에는 주변의 걱정을 사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그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면서 "우리 모두 자신만의 불타는 심장을 갖자"고 단단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