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의 세법개정안 논란으로 불거진 '증세없는 복지 불가론'을 반박하고 나섰다. 증세(增稅)가 능사(能事)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 구조조정, 경기활성화 등을 통한 세수 확대 노력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FIU(특정 금융정보 이용에 관한 법)법 변질과 외국인투자촉진법(이하 외촉법) 처리 지연으로 인한 문제점의 책임과 관련, 민주당을 겨냥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 朴 대통령,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FIU법·외촉법 언급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와 20일 수석비서관 회의 두번에 걸쳐 '증세보다는 세수확보가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에도 "무조건 증세부터 얘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탈세를 뿌리 뽑고 세출 구조조정으로 불요불급한 사업들을 줄이는 한편 낭비되는 각종 누수액들을 꼼꼼히 점검하는 노력들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업급했던 FIU법 수정과 외촉법 처리 지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지하경제 탈세를 뿌리 뽑기 위해 지난번에 FIU법 등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로 (국회에서)수정이 돼 세수 확보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며 "특히 국회에 계류된 외국인 투자 촉진법 같이 주요한 관련 법안들은 경제활성화와 세수 확보에도 중요한 사항들"이라고 지적했다.

FIU법은 당초 정무위를 통과할 때는 범죄(탈세)의심거래정보만 계좌주에게 통보하도록 했으나,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정보 제공 통보대상이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정보도 포함되는 것으로 확대됐고, 정보공유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견제장치도 만들어졌는데, 이같은 논의는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 주도로 이뤄졌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인 자본을 유치해 증손회사 형태의 신설법인을 만들 때 주식보유 비율을 100%에서 50%로 낮춰주는 외촉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반대로 산업자원위원회에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주요 관심 법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법안 심의 과정을 일일이 체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FIU법과 외촉법을 꼭 짚어서 언급한 것은 주요 입법사안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 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도 "정부가 국민들께 세금 부담을 덜 주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을 (정치권이)왜곡해서 해석하기 보다는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끝까지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협조를 요구했다.

◆ "민주당 지나치게 압박하면 강경파 득세 부작용 나타날 수도"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FIU법 언급 등에 격앙된 분위기다. 세법개정 후폭풍을 민주당측에 돌리겠다는 의도에서 최근의 발언이 나오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당장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세청 권한 남용을 위해 여야 합의로 수정된 내용을 문제삼는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FIU법 고액거래 통보 하한선 낮추고 의심거래 해당되면 국세청에 통보하도록 했는데 그런 점은 보지 않고 국회탓만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이해가 안된다"고 썼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민주당의 온건파 지도부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압박할 수록 국회에서 민생현안을 챙기자는 민주당 내부의 목소리에 힘이 빠질 수 있다"면서 "국회의 민생 현안에 대한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온건파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