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산층들은 복지 확대를 위해 조세 부담을 늘리는 데 대해 '심리적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복지 혜택을 더 받는 것은 좋지만 막상 내 주머니에서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을 더 내기는 싫다는 이른바 '눔프(NOOMP·Not Out Of My Pocket)' 현상이다.
여야 모두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작년 총선과 대선 때부터 '눔프' 현상은 두드러졌다. 본지와 미디어리서치가 2012년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95%는 '복지 확대'에 찬성했다. 하지만 복지 재원 조달을 위한 방안으로 '극빈층을 빼고 모두 조금씩 (세금으로) 나눠 내자'는 보편적 증세 방안에는 27.4%만이 찬성했고 주로 '대기업·고소득층 증세'로 해결하자는 입장(53.5%)을 보였다.
특히 대표적 중산층인 화이트칼라는 98.2%가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세금을 조금씩 더 내겠다고 한 사람은 25.2%에 그쳤다. 64.3%는 대기업·고소득층에서 세금을 걷어야 한다거나 어떤 식이든 세금을 낼 수 없다고 했다. 화이트칼라 세 명 중 두 명이 "복지 확대를 위해 내 주머니를 여는 것은 곤란하다"고 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지난해 4월 조사에서도 무상 복지 공약에 대한 찬성은 64.4%나 됐지만 대부분이 '부자 증세'(39.2%), '탈세 예방'(37.5%), '예산 절감'(18.7%)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입장이었다. 자신의 세금이 늘어나는 '세율 인상'에 대한 찬성은 4.6%에 불과했다.
유권자들의 이런 '이중적' 태도는 이번 세제 개편안 파동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갤럽이 정부의 2013년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인 지난 12~14일 실시한 조사에서 중산층의 56%가 '연간 세(稅) 부담 16만원 인상'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
이런 '눔프' 현상은 봉급생활자가 주축을 이루는 '30대·화이트칼라' 층에서 두드러진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세제 개편에 가장 부정적인 집단이 30대(78%)·화이트칼라(68%)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중산층의 심리적 이중성은 경제적 여력이 빠듯한 상황에서 정부의 복지 서비스나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데서 비롯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