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은 18일 차기 전투기(F-X) 사업의 최종 후보 중 하나였던 유럽 EADS사의 유로파이터 입찰 서류에 하자가 발생했다며 부적격 처리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단좌(조종석 1개)기 45대, 복좌(조종석 2개)기 15대를 요구했으나 유로파이터는 최종 입찰 때 복좌기를 6대만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복좌기가 더 비싸기 때문에 유로파이터가 가격 조건을 인위적으로 바꾼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차기 전투기 경쟁 기종은 미국 보잉사의 F-15SE 하나만 남게 됐다. 당초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스텔스 통합 공격기 F-35는 60대에 8조3000억원으로 제한된 총사업비를 초과해 먼저 탈락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차기 전투기 사업은 과거 F-16과 F-18의 경쟁 때처럼 과열과 잡음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엔 우리가 왜 8조3000억원을 들여 차기 전투기를 구입하려고 하는지 그 근본 이유가 흐려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차기 전투기 도입은 핵(核)이라는 비대칭 무기를 확보하려는 북한에 대응해 우리 공군이 대북(對北) 비대칭 공중 우세를 점하자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전투기가 이 목적에 합당하기 위해선 적의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필수적이다. 실제 스텔스 전투기는 북의 방공(防空)망을 무력화해 북한 정권에 큰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북의 위협만이 아니라 차기 전투기가 배치될 4~5년 뒤엔 일본이 이미 F-35를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중국과 러시아의 스텔스기 개발도 한층 진척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차기 전투기 경쟁에선 스텔스기가 사라졌다. 현실적 위협과 잠재적 위협에 대응한다는 차기 전투기 도입의 근본 목적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남은 기종인 F-15SE는 기존의 F-15 기체를 일부 변형시키고 부분적으로 스텔스 도료를 발라 스텔스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생기는 스텔스 기능은 극히 제한적인 것이다. 더구나 실제 그렇게 만들어진 기체도 아직 없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최첨단 스텔스 시대에 1970년대에 개발된 기체를 사용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재정 형편에 차기 전투기 예산을 더 편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F-35는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이 적용돼 미국 업체가 우리 예산 범위에 맞게 가격을 마음대로 인하할 수도 없다. 유로파이터와 F-15SE는 스텔스 전투기라고 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국민 세금은 세금대로 쓰고, 공군력은 목표한 만큼 강해지지도 않는 길로 떨어질 수 있다. 정부가 사업 목적의 원점 재검토까지를 포함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 때다. 지리멸렬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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