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가 14일(현지시각)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이집트 사태가 갈수록 혼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BBC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날부터 한 달간 전국에 비상사태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카이로 지역은 이날부터 매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11시간 동안 통행금지가 실시된다.
이집트는 대통령 명의로 된 성명서에서 "극렬분자들의 시위로 국가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이들이 공공기관과 민간 건물에 대한 테러를 자행하고 있어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임시정부 부통령인 무하마드 엘바라데이는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엘바라데이 부통령은 성명서에서 "더이상 국정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유혈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집트 전역에서 축출된 무하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권을 지지하는 세력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를 군부가 강제 진압하면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군부는 무장한 불도저까지 동원, 시위대 소탕에 나섰다. 시내 주요 광장에 설치됐던 시위대 캠프가 철거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곳곳이 화염에 휩싸였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최근 10년새 중동지역에서 벌어진 시위 중 최악의 참사라고 전하고 있다.
이집트 보건부는 이날 시위로 카이로를 비롯, 전국에서 235명이 사망하고 20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부군과 경찰이 시위대의 거점 2곳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망자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발표보다 희생자가 훨씬 많을 것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라바 광장에서 확인한 시신만 124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일부 외신에선 사망자수가 300명에 가깝다고 전하기도 했다.
시위 주동 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은 "사망자 수는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은 2000여명 수준"이라며 "거의 학살에 가까운 참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일부 경찰병력도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희생자 중엔 10대도 적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무슬림 형제단의 지도자들이 다수 체포됐으며 일부 가족들은 살해당하기도 했다. 또 현장을 취재하던 스카이뉴스의 카메라맨 믹 딘이 사망하는 등 취재진도 다수 피해를 입었다.
이집트 사태에 대해 미국은 즉각 성명을 내고 정부의 유혈진압을 비난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이번 사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집트 군부와 경찰에 대해 무력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