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한방'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홍명보호(號)가 이번에도 첫 승 달성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전 친선 경기에서 15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득점에 실패하며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표팀 사령탑 데뷔 무대였던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2무1패로 아쉬움을 남긴 홍 감독은 자신의 네 번째 경기였던 이날 페루전에서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며 2000년대 이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최다 경기 연속 무승 행진을 벌인 사령탑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친선전에서 경기가 생각대로 안 풀리자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날 0대0으로 비기며 출범 이후 4경기 연속 무승을 이어갔다.

종전 기록은 2001년 1월 대표팀 감독에 오른 뒤 네 경기 만에 승리를 거둔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다. K리거와 일본 J리거로 동아시안컵과 페루전을 치러 3무1패를 기록한 홍명보 감독은 9월 A매치 때부터는 유럽파 선수들을 본격적으로 소집한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지난 동아시안컵 베스트 멤버에 약간 변화를 준 주전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원톱 김동섭에, 이근호가 섀도 스트라이커로 뒤를 받쳤다. 골키퍼 장갑은 올 시즌 울산에서 주가를 올리는 김승규가 꼈다.

FIFA 랭킹 56위인 한국과 22위인 페루의 대결. 하지만 경기 시작과 함께 주도권을 잡은 건 한국이었다. K리거로 공격진을 꾸린 한국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상대 골문을 노렸다. 전반 13분 이근호가 골키퍼 키를 넘기는 지능적인 슈팅을 시도했지만 상대 수비가 헤딩으로 가까스로 걷어냈다. 전반 16분엔 조찬호의 강력한 왼발 슈팅이 골대 위로 살짝 벗어났다. 윤일록은 이날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수차례 찬스를 잡았지만 번번이 슈팅은 빗나갔다.

시간이 갈수록 팬들은 지난 동아시안컵을 떠올렸다.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었지만 결정력이 아쉬웠다. 전반 한국과 페루의 슈팅 숫자는 10대1. 하지만 막상 스코어는 0―0이었다.

후반 들어서도 조찬호가 13분 골문 앞에서 때린 슈팅이 골키퍼에 막히고, 16분엔 이근호의 슈팅이 또 한 번 골키퍼의 손에 걸리는 등 아쉬운 순간은 계속됐다. 그래도 홍정호와 황석호가 이끈 수비진은 페루를 상대로 무실점을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정성룡 대신 테스트를 받은 골키퍼 김승규도 잇따른 선방으로 A매치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결국 이번에도 골망 한 번 흔들어 보지 못하고 종료 휘슬은 울렸다. 네 경기에 겨우 한 골, 홍명보 감독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페루의 세르히오 마르카리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의 우월한 면을 봤지만 골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점도 봤다"며 소감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도 "이틀 동안 준비한 대로 잘 됐다. 하지만 오늘 역시 골을 넣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16일 출국해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보며 손흥민(레버쿠젠)·구자철(볼프스부르크)·박주호(마인츠) 등의 기량을 점검할 예정이다.

같은 날 일본은 미야기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친선 경기에서 2대4로 패했다. 우루과이는 디에고 포를란(2골)과 루이스 수아레스, 알바로 곤살레스가 골망을 갈라 가가와 신지와 혼다 게이스케가 한 골씩 만회한 일본을 물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