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박인비 선수가 악성 림프종을 앓고 있는 서민서군에게 퍼팅 레슨을 해주고 있다. 서군은 이날 박인비 선수에게 2시간 동안 레슨을 받고 골프장 1개 홀을 돌았다.

12일 오후 1시 30분쯤 인천 중구 운서동 스카이72 골프장 레이크코스 18번 홀. 33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30여명이 두 선수의 퍼팅 장면을 지켜봤다. 올해 LPGA 메이저대회 3연승을 거둔 박인비(25) 선수와 악성 림프종이 발견돼 3년간 투병 생활을 해온 서민서(13)군의 경기였다. PGA 골프 선수를 꿈꾸는 민서군은 '퍼팅의 여왕' 박 선수와 골프를 쳐 보는 게 꿈이었다. 이날 민서군은 박인비 선수보다 15m쯤 더 긴 250m의 티샷을 쳤다. 민서군은 "내가 세계 1위보다 더 멀리 쳤어"라며 기뻐했다. 박 선수는 "오늘 보니 공도 쭉쭉 나가고 스윙도 좋다"며 "퍼팅만 보강하면 훌륭한 프로 선수가 되겠다"고 민서군을 격려했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민서는 암투병 중에도 1년에 한 번씩 18홀을 돌았다. 아버지 서호석(42)씨는 "2011년에는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위액을 토하면서도 18홀을 다 돌았다"고 했다. 그런 민서군이 박인비 선수를 만나기 위해 2년을 기다렸다. 민서군은 림프종 치료를 받는 동안 "박인비 선수에게 퍼팅을 배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2011년 어머니 변인숙씨(41)는 '메이크 어 위시 재단(Make-A-Wish Foundation)'에 아들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재단은 지난 7월 홍보대사인 박 선수에게 연락했고, 박 선수는 흔쾌히 응했다.

경기가 끝나고 박 선수는 민서군에게 PGA 마스터스 우승자가 입는 '그린 재킷'을 입혀줬다. 박 선수는 "민서가 꼭 병이 완치돼 훗날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서군은 "프로 골퍼로 성공해 박인비 선수처럼 나도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박인비 선수는 이날 박만희 구세군 사령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이건호 KB국민은행 등과 함께 경기도 부천의 세종병원도 찾았다. 이 병원에서 지난해부터 구세군, 금융감독원과 국민은행이 펼치는 '캄보디아 심장병 어린이 의료지원 사업'의 도움으로 심장병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캄보디아 어린이 10명을 만났다.

박 선수는 쓰라이닛(12)양의 병실을 방문했다. 쓰라이닛양은 2년 전 뎅기열로 병원을 찾았다가 심장병을 발견했지만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번 행사는 국민은행이 기부금으로 1억1000만원을 지원하고, 금감원 직원들이 급여에서 1000원 미만 '끝전'을 모아 1000만원을 마련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