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이 유리지갑으로 비유되는 봉급생활자에 대한 사실상 증세라는 비난이 확산되자 새누리당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전체 근로소득자중 상위 28%인 연봉 3450만원 이상 봉급생활자 434만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 상황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세법개정에서 세부담 증가 기준선 역할을 했던 연봉 3450만원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담이 가중되는 대상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자영업자와 농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부에서 야당의 대기업 대상 비과세감면 축소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더욱더 노골적으로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것처럼 보이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서 확실히 저지해 낼 것"이라며 여당측의 수정안 마련을 압박했다.
◆ 여권, 추가 세부담 대상 계층 축소·근로소득공제율 조정 검토
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연봉 7000만원 이하 계층의 여론이다. 당초 정부와 여권은 연봉 3450만원 이상부터 세금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7000만원 이하에서는 그 규모가 연간 16만원 이하에 그치기 때문에 설득이 가능하다고 봤다.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대상이 연봉 8000만원 이상(연 98만원)이기 때문에 중산층의 조세저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대기업 신입직원 수준인 연봉 3450만원을 기준선을 삼은 데 대한 후폭풍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정부가 기준선으로 잡은 3450만원을 상향 조정하는 등 연봉 3450만~7000만원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세 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자 비중을 28%에서 25% 이하로 낮춰 대상자를 46만명 가량이 줄이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중산층 근로자의 부담이 커진 면이 있어 대상을 줄이자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소득별로 차등 적용되는 근로소득공제율을 조정해 연봉 7000만원 이하 계층의 세부담 증가를 완화해주자는 의견도 있다. 현행 소득간 근로소득공제율은 ▲500만원 70% ▲500만~1500만원 40% ▲1500만~4500만원 15% ▲4500만~1억원 5% ▲1억원 초과 2%로 돼 있다. 이번 세법개정으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3450~7000만원 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근로소득공제율을 높이면 연봉 7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 고소득자의 세부담도 완화되기 때문에 연봉 45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에 새로운 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 해당 구간에만 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15%에서 10%로 낮추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자영업자·농민 비과세 감면 축소방안 재조정 대상으로 거론
자영업자·농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비과세 감면 축소가 재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음식점 등 요식업자에 대한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축소, 근로 또는 사업소득 3700만원 이상 농민에 대한 자경 양도세 감면 배제, 고소득 작물재배업 과세 등의 조치 등이 조정 가능 대상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부분이고, 새누리당에서도 정부안의 전향적인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한 정책라인 관계자는 "정부는 재료비 등을 요식업자들이 부풀려서 신고하기 때문에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세법 개정 내용으로 집어넣었는데, 내수부진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R&D투자세액공제를 완전 폐지하자는 민주당의 요구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R&D투자세액 공제의 혜택의 대부분이 재벌계열 대기업에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은 정책적으로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다 없애야 한다는 게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 담겨 있는 철학"이라며 "R&D투자세액공제 폐지 주장은 이런 관점에서 폭넓게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