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게시물에 많은 사람이 ‘좋아요(like)’라고 표시한 건 내용이 정말 좋아서일까? 혹시 다수가 ‘좋아요’라고 한 사실이 또다른 ‘좋아요’를 부르는 건 아닐까?
사이버 공간에서도 이런 군중 심리가 실제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시물이 초반부터 ‘좋아요’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일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계속해서 좋은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정보기술·마케팅을 가르치는 시난 K 애럴 교수는 뉴욕대학교, 예루살렘 헤브루 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뉴스 기사 링크를 게시하는 한 웹사이트를 선택했다. 이 사이트의 독자들은 각 기사에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각 댓글엔 ‘찬성’, ‘반대’ 투표를 할 수 있는데, 반대표에서 찬성표를 뺀 숫자를 취합해 순위를 매기게 돼있다.
연구진은 5개월 동안 이 사이트의 일부 게시물의 댓글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했다. 특정 기사와 관련한 댓글이 올라오자마자 내용과 상관없이 ‘찬성’ 혹은 ‘반대’ 투표를 했고, 일부 댓글은 아무런 조작을 가하지 않고 대조군으로 남겼다.
그 결과, 게시 초반부터 ‘찬성’ 표를 받은 댓글의 경우, 이 댓글을 처음 보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찬성’ 표를 받을 가능성이 대조군보다 32% 높게 나왔다. 최종 집계에서도 미리 ‘찬성’을 받은 댓글은 대조군보다 ‘찬성’표가 25% 많았다.
애럴 박사는 “사회적으로 아주 작은 신호가 마치 무리를 몰아가듯 눈덩이처럼 영향력을 키워간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군중 심리도 부정적인 의견인 경우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전했다. 이 실험에서 게시 초기에 ‘반대’ 표를 받은 댓글은 대조군 댓글의 추세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람들은 적(enemy)으로 여기는 사람에 대해선 굳이 투표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조차 시간 낭비로 여기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댓글에 ‘반대’ 표를 던지는 사람은 통상 게시자의 친구들이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 리서치의 던컨 J 와츠 박사는 “전반적인 연구 결과를 보면, ‘누적 이익(cumulative advantage)’이라는 개념과도 들어맞는다”고 NYT에 말했다. 어떤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인기를 얻은 상태에서 출발할 경우 그것을 입지 삼아 다른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에 반해 아이디어가 좋아도 초반 인기 확보에 실패하면 쉽게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와츠 박사는 설명했다.
와츠 박사는 최근에 나온 범죄 소설 ‘뻐꾸기의 외침(The Cuckoo’s Calling)’을 예로 들었다.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출간된 이 소설은 지난 4월 출간 당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판매량은 미미했다. 하지만 그 뒤 작가가 해리 포터 시리즈의 J K 롤링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베스트셀러로 부상했다.
이런 군중 심리에 따른 순위 왜곡 가능성을 우려해 이미 대처에 나선 곳도 있다. 소셜 뉴스 사이트인 ‘레딧(Reddit)’은 독자들에게 기사에 대한 투표권한을 주면서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순위를 숨기도록 하고 있다. 군중 심리가 공공의 통찰력에 영향을 주는 걸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