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침상 차려주기, 주말에 자두파이 굽기, 먹을 야채 직접 가꾸기….'
다음 달 총선을 앞둔 '철(鐵)의 여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선거 전략으로 여성적이고 가정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나섰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6일(현지 시각) "집권 기독민주당(CDU)이 총선 홍보물에서 메르켈 총리를 세계적 지도자인 동시에 가정주부로 그려냈다"며 "총리의 부드럽고 개인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전통 지지층인 보수층에 호소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 홍보물에서 "요리하는 걸 사랑한다"며 "감자 수프와 로울라드(야채 절임을 고기로 감싼 전통 음식)가 가장 자신 있다"고 밝혔다. 또 "남편(요아힘 자우어 훔볼트대 교수)이 자기 요리에 대해 거의 불평하지 않는다"며 "주말에는 케이크를 굽는다"고 덧붙였다. 직접 야채를 정원에서 기를 정도로 정원 일을 좋아한다고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전에도 "한밤중에 전화가 오고 다른 나라로 출장을 가는 날도 남편을 위해 아침을 차릴 시간은 남겨둔다"고 주부로서의 면을 강조해왔다.
로이터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일 때 독일에서 강인한 무티(Mutti·엄마)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다면, 지금은 국내외 통합을 위해 '인정 많은 가장'의 이미지로 변신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르켈은 헬무트 콜 전 총리가 발탁해 정치에 입문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에 빗대 '철의 여인', 독일 통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비스마르크 계보를 잇는 '철혈 재상'이라고 불렸다.
유로존 위기 중에는 남유럽 국가 재정 지원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 주변국들로부터 '마담 농(Madame Non·안 됩니다 부인)'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 위기 극복 과정에서 주변국과 야권으로부터 받아 온 비난을 '남편과 애들이 말썽을 피워도 참고 이겨내는 강한 엄마'의 모습으로 승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독일 언론들은 최근 여론 조사 등을 근거로 메르켈 총리의 3선을 예상하고 있다. 공영방송 ARD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CDU와 기독사회당(CSU) 연합이 42%,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이 5% 등 총 47%의 지지를 얻어 야당인 사회민주당(SPD) 지지율 26%를 크게 앞섰다.
SPD의 페어 슈타인브뤽 총리 후보는 "메르켈이 동독 출신이라서 유럽 통합에 대해 일반인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공격에 나섰다. 슈타인브뤽은 "메르켈이 1990년까지 일반 사람들과 다른 개인적, 정치적 사회화 과정을 거쳤다. 동독에서 유년시기를 보내서인지 메르켈이 유럽에 관한 진정성 있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비난하려고 한 건 아니다. 총리가 동독을 선택해서 태어난 건 아니다" 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