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1~162)=종합격투기(UFC) 등 서구의 웬만한 인기 스포츠 종목들은 매년 연말 10대 이변(most upset of the year)을 선정한다. 바둑도 한번 시도해 봄 직한 기획이다. 이 판을 올해 '후보작'으로 추천한다면 김성진에게 실례가 될까? 순위는 몰라도 '10대 이변'에 진입하는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세계대회 최다 우승의 중국스타를 무명의 한국 기사가 조기 격퇴한 판이기 때문이다. 김성진은 그간 천원전 8강이 최고 실적이었다.

내용도 충격적이었다. 상대의 수순 착오를 50으로 정확히 응징한 것, 72부터의 빈틈없는 수읽기, 96 이하의 공격에 이르기까지 노련미가 철철 넘쳤다. 옥쇄로 나온 상대의 목을 160, 162로 정확하게 쳐 준 마지막 장면은 마치 준비된 극본(劇本)에 따른 클라이맥스를 보는 듯했다.

김성진은 일본과 중국의 두 거목 조치훈과 구리를 모두 눕힘으로써 이제 '이변 전문가'란 애칭을 얻게 됐다. LG배 2회 우승의 구리로서도 많은 것을 느낀 한판이었으리라. 참고도는 51의 대안(代案). 이렇게 두었으면 전혀 다른 한판이 됐을 것이다. (109 115 121 127…101, 112 118 124 129…106, 120…113, 128…68, 159…150, 162수 끝 백 불계승, 소비 시간 백 2시간47분, 흑 2시간3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