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취재팀이 지난달 24~31일 이용객이 많은 서울 지하철역 7곳을 조사한 결과 비상 출입문 한 곳당 한 시간에 20~40명이, 유모차를 끄는 엄마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노약자를 위해 설치된 이 문을 이용해 무임(無賃)승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비상 출입문은 승객이 출입문에 있는 벨을 누르면 역무원이 인터폰을 통해 비상 출입문을 이용하려는 이유를 듣고서 문을 열어 주게 돼 있다. 그러나 벨을 누르는 승객이 너무 많다 보니 역무원들은 이유를 묻지 않고 곧바로 출입문을 열어주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이런 허점을 이용해 태연히 무임승차하는 것이다.

2011년 서울시는 특별 단속을 벌여 지하철 요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1만7331명에게 벌금 4억8400여만원을 물렸다. 무임승차가 73.5%로 가장 많았다. 불법적 무임승차가 줄지 않는 것은 무임승차로 적발돼도 요금의 30배를 벌금으로 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무임승차를 하면 기본요금 1달러 50센트의 166배인 250달러를 벌금으로 물리고 48시간 동안 사회봉사를 하게 한다. 뉴욕은 무임승차 벌금을 100달러에서 500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기초 질서를 어기는 사람은 아무리 이웃 사람이라고 해도 고발을 서슴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이런 행동을 고자질이 아니라 시민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시민의식의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행동심리학에선 사람의 지적(知的) 능력이 젖먹이 때부터의 경험과 적응을 통해 어른이 될 때까지 서서히 발달한다고 본다. 기초 질서를 지키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에는 선행(先行) 학습으로, 초등학교를 거쳐 중·고교에 다닐 때는 과외 학원으로 내몰면서 공동체를 공동체답게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인성(人性) 교육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지하철 비상 출입문을 이용해 무임승차하는 현실은 우리 교육이 기본을 지키는 사람을 길러내는 데 얼마나 소홀했던가를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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