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서방을 대상으로 한 알카에다의 공격 준비가 거의 마무리됐다는 첩보에 따라 4일(현지 시각) 하루 동안 예멘·이집트·이라크·카타르·바레인·요르단 등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17개국 21개 재외공관을 일시 폐쇄하는 등 초비상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이번 비상사태는 미 당국이 알카에다의 통신 내용을 감청하다 테러 공격 논의 내용을 포착해 내린 조치다. CNN은 3일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 "예멘에 거점을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에서 최근 몇 주간 내부 연락이 계속 진행됐고, 특히 최근 며칠간 그 빈도가 늘었다"며 "알카에다의 공격 준비가 마지막 단계인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도 ABC방송 인터뷰에서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은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이라고 했다.

미 주요 공관, 알카에다 위협으로 일시 폐쇄.

미국 정부는 예멘 주재 대사관이 '제1 타깃'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예멘 안보 당국은 AQAP가 수도 사나를 비롯한 예멘 주요 도시에 대한 테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독일·영국 정부도 4~5일 이틀간 예멘 주재 대사관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이슬람 금식월(라마단)이 끝나는 오는 7일 전후 테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대사관 직원들이 대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집트도 공격 목표로 우려되고 있다.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3일 공개한 육성 메시지에서 "기독교·친미·세속주의 세력이 이집트의 이슬람 정권을 축출했다"고 비판했다.

미 백악관은 3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는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하고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안보 담당자들이 참석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불참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생일(4일)을 맞아 친구·보좌관 등 11명과 함께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골프를 즐긴 뒤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휴식을 취했다. 백악관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기 전 테러 위협에 대한 보고를 받고 미국 국민 보호를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또 "지금부터 8월 말 사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테러 가능성이 있다"며 자국민에게 국외여행 경계령을 내렸다. 미국이 중동지역 등을 여행하는 자국민에 대해 해외여행 주의보를 공식 발령한 것은 지난해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 피습 사건 이후 처음이다.

한편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은 최근 이라크·리비아·파키스탄 등 9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탈옥에 알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조직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전 세계에 보안 경보를 발령했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인터폴은 "최근 일련의 탈옥 사건으로 수백 명의 테러리스트와 범법자들이 탈출했다. 이 탈옥 사건들이 서로 연관돼 있는지 조사 중이며 인터폴 190개 회원국에 탈옥자 소재를 신속히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